미국인구 99% 거주하는 우편번호 2만5000개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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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지수 |
(서울=포커스뉴스) 미국의 지역별 경제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명암이 뚜렷하며, 실업·빈곤·재정불안 등으로 경제적 고통이 심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이 50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지다.
워싱턴DC 연구기관인 경제혁신그룹(Economic Innovation Group·EIG)은 각 지역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일별할 수 있는 자료를 최근 공개했다. 이 자료는 대침체(Great Recession) 여파에서 회복한 미국 인구 99%에 해당하는 2만5000개 이상의 우편번호를 조사했다. 이 자료는, 역사적으로 더 번성하는 지역(그 대부분은 현행 회복 과정에서 번영하고 있다)과 금융위기 이래 실제로 경제 여건이 더 나빠지고 가난해진 지역 사이의 벌어지는 격차를 보여준다.
EIG 연구팀은 우편번호별 조사결과를 종합한 다음 이를 시(市)·군(郡)·하원의원 선거구·주(州)별로 분류했다. 뉴저지 주 캠던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위험한 도시들 가운데 하나로 널리 인식되는데, 이번 EIG 조사 결과 미국에서 가장 경제적 고통이 심한 곳으로 드러났다. 캠던에 이어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 인디애나 주 개리, 미시건 주 플린트가 고통 지수가 높았다. 대도시로는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뉴저지 주 뉴어크가 상위권에 속했다.
EIG 공동 설립자 겸 사무총장인 스티브 글릭먼은 보고서에 첨부한 성명에서 “미국인 수백 만 명이 계속해서 경제 회복에서 내버려졌다고 느낀다”면서 “아메리칸드림의 달성이 어쩌다 그곳에 태어나게 된 우편번호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미국 통계국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주민의 학력, 임대주택 공실률, 실업률, 빈곤 정도, 중간 소득, 취업 기회, 창업에 기초해 지역별로 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해서 우편번호들에 0에서 10점까지 부여한 다음 하위 20%를 “고통스러운 곳”으로 정의했다.
이 최하위 우편번호 집단은 미국인 5000만 명 이상이 사는 곳이다. 이들 가운데 불균형적인 비율이 남부에 집중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 주들은 미국 전체 인구의 37%를 수용할 뿐이지만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미국인의 52%를 끌어안고 있다. 미시시피 주민(州民)의 40%와 앨라배마 주민의 35%는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운 우편번호에 살고 있다. 반면 메인 주민(州民)의 4%, 뉴햄프셔 주민의 2%, 버몬트 주민의 1%만이 그런 우편번호에서 산다.
그런가 하면, 노스다코다 주민(州民)의 50%는 번영하는 우편번호에서 살고 있으며 이 비율은 미국 주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석유 값 폭락 이전에 수집된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석유 탐사·생산 기업 종사자들의 임금이 급속하게 하락한 것이 반영되지 않았다.
EIG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3년 기간에 가장 부유한 미국 우편번호 10%의 경우 임금이 22% 올랐고 창업이 11% 증가했다. 가장 빈곤한 10%의 경우 일자리가 13% 줄었고 기업체의 11%가 사실상 폐업했다.
보고서는 “회복 격차가 특히 긴급하고 급박하게 두드러진다”면서 “왜냐하면 그것은 하강 소용돌이에 갇힌 지역 주민의 복지가 계속 악화할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구증가 추세가 현행 궤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그것은 특히 맞는 말이다. 가장 잘사는 우편번호들의 경우 2010~2014년 기간 중 인구가 평균 8.2% 증가한 반면 가장 못사는 지역들의 인구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인구증가는 일자리, 주택, 점포, 서비스에 대한 현지 수요를 자극해 지역 경제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고 있는 지역이 새로운 사업체를 많이 유치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고통을 겪는 공동체들이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소비 지출을 의미 있게 자극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이번 EIG 보고서는 대단히 고르지 않은 미국 경제의 지역별 회복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진 곳은 북동부 해안지역, 중서부의 북부 일부, 그리고 태평양 연안의 몇몇 우편번호들이었다.미국에서 가장 경제적 고통이 심한 곳으로 조사된 뉴저지 주 캠던에서 한 남자가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다.(Photo by Andrew Burton/Getty Images)2016.02.29 ⓒ게티이미지/멀티비츠 미국 우편번호별 고통지수. 붉을수록 지수가 높다.<자료출처=EIG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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