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적인 ‘트럼프주의(主意)’가 몰고온 미국 정계의 황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21 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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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전문지 포천, 2016년 대선의 근본적 변화 분석

향후 당선여부 상관없이 트럼프가 미국 정치판 흔들어
△ 부시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20일(현지시간) 승리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앞으로 본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든 않든 상관없이 이미 미국 정치를 흔들어 놓았으며 그의 존재는 미국 정계의 길고 어두운 황혼을 상징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천이 분석하고 있다.

이 잡지는 오는 1일 종이매체 게재에 앞서 19일(현지시간) 인터넷에 띄운 기사에서 지난 15일 저녁 미국에서 방영된 TV의 분할된 화면 자체가 2016년 미국 대선의 새로운 긴급성을 거듭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화면의 한쪽 절반에는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경기장에서 수천 군중을 대상으로 유세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 화면 속 지지자들은 이민 관련 탄식을 발(發)하며 고전적인 록(rock) 형태의 찬송가를 불렀다. 화면의 다른 쪽 절반은 집단의 우두머리 트럼프가 오래전부터 폐위(廢位)시킨 젭 부시가 203마일 떨어진 노스찰스턴에서 유세하는 모습이 잡혔는데, 이날 젭 부시의 형인 전 대통령 조지 부시가 처음 대중 앞에 출현했다. 여기서 젭은 오랫동안 그의 가족 왕조(王朝)를 선호해 온 주에서 그의 정치생명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이번에는 왕조가 그다지 먹혀들지 못했다. 그보다 이틀 앞서 트럼프는 형(兄) 부시의 대통령 재직 시절 기록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기억하건대 공화당의 여론조사 선두주자가 가장 최근의 공화당 대통령을 호되게 몰아붙인 최초 사례였다. 이 발언으로 트럼프는 청중의 야유를 받았지만, 구글에서 공화당 평당원들은 “왜 사람들이 야유하고 있지?”라고 의문을 쏟아냈다. 게다가 그 발언에도 불구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전역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원들이 공화당의 직전 총사령관에 대한 트럼프의 이단적인 태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이오와에서 6위, 뉴햄프셔에서 4위를 한 젭 부시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최소한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부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3명에게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 맞서 기존 정계의 지지를 자신들 쪽으로 돌리겠다던 전략을 더욱 맥 빠지게 만들 형세를 보였다. 네바다 코커스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두 사람의 접전은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

포천은 지금까지의 판세만으로 이번 경선이 어떻게 귀결될지 점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자금, 유명인들로부터의 지지선언, 지명도 등이 선거 변수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형세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압도적으로 많은 1억5000만 달러를 모금한 젭 부시가 초반부터 죽을 쑤고 있다. 주지사들과 의원들로부터 184건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클린턴은 고작 2건의 지지선언을 확보했을 뿐인 샌더스에게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다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무소속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존재는 향후 선거 판세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설사 기성 정계의 엘리트들이 정계 친화적인 후보들, 이를테면 클린턴과 루비오를 후보로 세우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 두 후보는 정파적 노선만큼이나 계급적 노선에 따라 갈수록 찢기는 선거인단을 물려받을 공산이 크다. 달리 말해 트럼프와 샌더스가 올 봄에 수그러들지 모르지만 ‘트럼프주의(主義)’는 당분간 머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치를 둘러싼 이런 대중의 정서 변화는 다음번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되든 그 또는 그녀는 자유무역과 포괄적인 이민 개혁처럼 기업이 우선시하는 사안들을 추진함에 있어 힘든 시간을 맞을 것임을 시사한다. 최대 관중을 끌어 모으고 있는 트럼프와 샌더스는 약값을 바가지 씌우는 제약회사,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기업, 남의 돈으로 월스트리트에서 도박을 일삼는 억만장자 투기꾼들을 줄곧 물고 늘어지면서 노동자 계급의 원한을 자극해 왔다.

따라서 미국 재계는 투표장에 나올 대중에게 크게 공적인 양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포천은 경제잡지답게 권고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나 샌더스 같은 역할을 맡으려 기다리고 있는 많은 후보가 있다는 것이 이 잡지가 재계에 주는 충고다.동생 젭 부시를 지원하러 지난 1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의 유세장에 등장한 형 조지 W. 부시 전대통령.(Photo by Spencer Platt/Getty Images) 2016.02.21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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