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미사일 철수로 독일·미국-터키 갈등 불거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7 17: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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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무차별 탄압으로 IS와의 전쟁 차질 우려
△ 지난 2013년 터키 아다나 인근의 시리아 접경지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설치되고 있다. 이 패트리엇 미사일의 터키 배치는 인접국 시리아의 내전 여파를 막고 터키의 방공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으로 나토 회원국 터키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패트리엇미사일 철수로 독일·미국-터키 갈등 불거져

쿠르드 무차별 탄압으로 IS와의 전쟁 차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과 독일이 터키 배치 패트리엇 미사일을 철수키로 하면서 그간 잠복했던 군사·외교적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과 독일 정부는 "철수 결정은 시리아 정부군의 미사일 공격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수 발표 배후엔 공식 설명에 없는 사정과 갈등이 있다고 독일과 미국 언론은 16일 보도했다.

갈등의 핵심은 터키의 쿠르드정책이다.

최근 터키 정부는 쿠르드계에 대한 대대적 탄압에 나서고 있다.

명목은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테러 근절이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 강화와 장기집권을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 야당과 서방의 분석이다.

문제는 서방이 이 지역에서 최대의 적으로 설정한 이슬람국가(IS)와 지상에서 맞서 싸우는 동맹세력이 시리아 내 쿠르드계 무장조직이라는데 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은 "에르도안의 위험한 장난에 동맹국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면서 쿠르드인과 터키 정부 간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게 가장 큰 철군 이유일 것으로 분석했다.

스위스의 독일어 일간지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NZZ)은 철수 발표가 터키 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이뤄졌음을 부각하면서 "터키 정부의 쿠르드 정책에 확실한 반대 메시지를 보내려는 게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NZZ는 터키 주둔 독일군의 안전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가했다.

지난달 터키 수크르에서 IS의 테러 공격이 일어난 이후 카라만마라 주둔 독일군기지에는 외출금지 령이 떨어져 있다.

독일 정부 관료들은 외교적 이유로 공개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연정에 참여 중인 기독교민주당과 사회민주당 주요 관계자들은 이러한 의도를 언론에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사민당 외교정책을 이끄는 닐스 아넨 의원은 "독일군의 터키 주둔이 쿠르드인들에 대한 잘못된 정책을 정당화하는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민당 외교분야 책임자 로더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터키가 IS에 대항하는데 모든 힘을 쏟고 '쿠르드 극단주의자들을 겨냥한 대리전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국 관리 4명은 '터키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패트리엇 철수 통보를 받고 격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철수 발표 성명은 미국과 터키 양국 정부 공동 명의로 돼 있으며, 터키 주재 미국 대사관이 공개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들은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란과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인데 그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곳에 배치돼 지나치게 전력을 소모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오래전 철수를 결정했으나 지난 7월22일 미-터키 양국 정상이 전화회담을 통해 미군기의 터키 공군기지 이용에 합의할 때에도 이 사실을 터키 측에 알리지 않았다.

이들은 터키 철수를 계기로 미사일 방어체계 현대화와 관련한 중요한 개량작업을 하고 우선순위에 맞게 배치할 예정임을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 동맹국가 간 불신 상징된 터키 패트리엇 = 당초 나토의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는 터키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2012년 시리아 내전이 격화하면서 시리아 정부군 미사일에 터키 전투기가 격추되고 포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스커드 미사일을 미리 감지, 요격할 패트리엇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미국과 독일이 각 2개 포대, 네덜란드가 1개 포대를 터키에 파병했었다.

당초 나토는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의 실질적 효과에는 회의적이었다. 다만 동맹인 터키의 요청에 '상징적 차원'에서 협력하는 차원에서 파병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터키 배치 패트리엇 미사일이 가동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독일과 미국은 이번에 패트리엇은 철수하지만 나토와 함께 터키 안보와 주변 지역 안정을 위한 임무는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다짐엔 공허한 측면이 있다.

독일 정부가 현재까지 발표한 이 지역 안정 기여 방안엔 이라크 북부 에르빌의 쿠르드보안군을 훈련하고 지원할 독일군 병력 약 100명 파병 등 몇 가지가 있으나 터키 지원 계획은 없다.

미국은 패트리엇보다는 미 공군 배치가 터키 안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달랬다.

하지만 인지를릭 기지에서 출격하는 미군기 임무는 IS만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시리아 내 쿠르드계 온건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NZZ는 "(나토)동맹국 간 연대감 상징이었던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젠 불신의 신호로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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