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軍 실력자 방러에 미국 "유엔 제재위반" 반발
러시아·유엔에 문제제기…핵협상 미 의회 승인도 '먹구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이란군의 실력자로 꼽히는 카심 술레이마니 소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에 미국 정부가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우리는 (술레이마니의) 이번 방문에 대해 러시아 외교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토너 부대변인은 "철저하고 적절한 조사는 물론 충분한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폭스뉴스 등은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4일 술레이마니 소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비밀회동을 하고 러시아제 방공미사일의 이란 도입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의 방러가 사실로 확인되면 지난 2007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여행 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다. 당시 안보리는 이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술레이마니 소장 등 몇몇 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여행 제재를 결의했다.
최근 타결된 이란 핵협상 합의안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제재는 8년 뒤에나 풀릴 예정이다.
이번 방러는 핵협상 타결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폭을 넓히게 된 이란이 러시아와 유착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을 실어준 셈이어서 미 의회의 핵협상 합의안 승인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NYT는 술레이마니 소장의 모스크바행에 따라 당초 핵협상 합의안을 지지했던 의원들조차 핵협상을 지원한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과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고 있어 시리아 분쟁과 관련해 미국과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논란의 한복판에 선 술레이마니 소장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의 사령관으로 시리아 내전에서 붕괴 위기에 몰린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반군이 장악한 주요 거점을 탈환하고, 이라크 전선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 격퇴전에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엔 여행제재 대상일 뿐 아니라 지난 2011년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였던 아델 알주바이르 현 외무장관의 암살 시도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 명단에도 올라있는 등 미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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