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트럼프 둘다 잡는 공화당 '신무기' 피오리나
유일한 여성 후보에 입지전적 스토리…反노동·페미니즘 한계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내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노리는 공화당의 양대 골칫거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공화당의 앞을 막아설 가능성이 큰 클린턴 전 장관을 따라잡는 것은 물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멕시코 이민자와 여성에 대한 막말로 이들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트럼프를 제어하는 일도 어려운 숙제다.
이와 같은 양대 난제 해결에 도움을 줄 기대주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피오리나가 '여성에 대한 전쟁'(war on women)으로 상징되는 공화당의 반(反) 여성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트럼프를 견제할 '공화당의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고 집중 조명했다.
17명의 공화당 대선후보 중 유일한 여성으로서 처음부터 '힐러리 때리기' 전략에 치중해온 피오리나가 이제는 트럼프와 맞설 수 있는 당내 유일의 대항마로 부상했다고 NYT는 진단했다.
정작 피오리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는 데 선거운동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나, 지난 6일 첫 공화당 TV토론을 계기로 불거진 트럼프의 여성비하 막말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 후보로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쏠릴 것으로 보였던 여성 표를 상당 부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트럼프의 막말에 대해서도 당당히 꾸짖을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게 최대 강점이다.
피오리나는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전체가 온통 트럼프의 발언으로 도색되기를 원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트럼프가 공화당원인지도 확실치 않다"며 양쪽 모두를 겨냥했다.
특히 일개 비서 출신으로 거대 기업의 CEO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어 공화당 지지자들이 그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1% 안팎의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피오리나는 하위 7명의 후보 간에 벌어진 '2부리그' TV토론에서 군계일학의 실력으로 관심을 모아 상위권에 진입했다.
정치전략 전문가인 케이티 패커 게이지는 "사람들이 피오리나에 대해 매우 강력한 행정가이자 확신에 찬 리더로 느끼고 있다"며 "힐러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트럼프까지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이 피오리나의 슈퍼팩에 5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이 피오리나를 '차선책'으로 여기고 지지의 뜻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피오리나가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해 최종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피오리나가 HP를 경영하면서 무려 3만 명을 해고한 사실이나, 여성이면서도 "유리천장은 구시대적 이야기" 또는 "페미니즘은 좌편향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등의 반 페미니즘적 발언은 물론 유급 출산휴가에 반대한 이력 등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오리나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연방정부가 더 효율적이고 덜 비대해지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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