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좌파' 코르빈 영국 노동당 차기 당수 되나
반(反)긴축, 철도·에너지 국유화 주장…당수경쟁서 1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반(反)긴축과 철도·에너지 국유화를 주장한 '강성 좌파' 제레미 코르빈(66) 의원이 영국 노동당 당수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의 지지도 조사 결과, 코르빈 의원은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서 5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1%로 2위인 앤디 번햄(45) 의원보다 32%포인트 앞섰다.
지난 6월 중순 실시한 조사와 비교하면 코르빈의 지지도는 10%포인트 급등한 반면 번햄의 지지도는 5%포인트 떨어졌다.
실제 투표 결과가 이처럼 나오면 코르빈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당선을 확정 짓게 된다.
1개월여 전 조사에선 코르빈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서 43%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못 미쳐 결선 투표에서 번햄을 53% 대 47%로 물리칠 것으로 예측됐다.
피터 켈너 유거브 사장은 코르빈 후보가 "KO승으로 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우편투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오는 14일 시작해 내달 10일까지 이어진다. 차기 당수는 이틀 뒤 발표된다.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후보들 선호 순서를 표명해 투표하면 가장 선호하는 후보란의 후보별 득표를 집계한다.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득표자를 빼고 다시 집계한다.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나올 때까지 이를 반복해 당선자를 가린다.
코르빈 의원은 복지 수준이 형체를 알 수 없는 지경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보수당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재정 긴축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100억 파운드(약 18조원)를 조성해 대학 수업료를 면제하고 서민층 가정의 대학생에게 생활보조금으로 주는 교육지원금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원은 연소득 5만 파운드(9천만원) 이상의 부유층에게 국민보험(NI) 부담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빅6'(영국 전기·가스 공급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들)가 공적 통제 또는 어떤 형태로든 공적 소유 아래 있는 것을 바란다"고밝혔다.아울러 그는 오래 전부터 철도 국유화를 주창해왔다.
전기기사의 아들인 코르빈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옛 전국공무원노조(NUPE)의 상임 활동가로 일한 노조 출신 인사다. 1983년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20년 넘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노동당 정부 시절 홍보수석비서관을 한 알래스테어 캠벨은 좌파인 코르빈 의원이 당수에 오르면 "노동당이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블레어 전 총리도 "노동당은 중도로 승리할 수 있다. 광범위한 중도층에 호소할 때, 노조는 물론 기업을 지지할 때 승리할 수 있다"면서 "전통적인 좌파 공약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에드 밀리밴드 전 당수가 이끈 노동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의석수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참패를 당했다. 반면 보수당은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코르빈 체제의 노동당은 매우 선명한 좌파 정당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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