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휴양지서 난민촌으로 변한 그리스 섬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1 11: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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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레스보스 섬 등 몰려드는 난민으로 몸살


아름다운 휴양지서 난민촌으로 변한 그리스 섬들

코스·레스보스 섬 등 몰려드는 난민으로 몸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휴가철이면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오던 그리스 에게해의 아름다운 섬들이 몰려드는 중동 난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 난민 유입이 급속도로 늘어난 데다 국가부도 위기인 그리스 정부는 난민 사태에 대처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내전 국가 난민 12만4천 명이 에게해를 건너 코스, 레스보스, 키오스, 레로스 등 그리스 섬으로 들어왔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상륙한 난민의 수 9만4천191명을 앞지른 수치다.

이들 섬은 그리스 영토이면서도 터키 항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지중해 루트보다 항해 시간이 훨씬 짧은 탓에 최근 중동 난민들의 유럽 진입 관문으로 부쩍 많이 활용되고 있다.

터키 항구도시 보드룸에서 불과 5㎞ 떨어진 코스 섬은 주민이 3만 명에 불과하지만 현재 5천 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

이들은 그리스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일주일 가량 이곳에 머물면서 곳곳에 형성된 지저분한 난민촌에 터를 잡고 자원봉사자가 나눠주는 물과 음식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루하루 섬에 상륙하는 난민들이 늘어나면서 난민 감당이 불가한 지경에 처한 지방 정부도 아우성을 치고 있다.

에게해 60개 이상의 섬을 관할하는 게오르게 하지마르코스 지사는 "어떤 섬도 지금의 난민 유입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중앙정부는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 외딴 섬들은 신경도 안 쓰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난민들은 질병 시한폭탄"이라며 "간염, 말라리아, 결핵 등이 확산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에 난민을 본토로 실어갈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선박을 빌려 실어나르기로 했다. 선박 대여료라도 사후 정산해달라고 했지만 중앙정부는 거절한 상황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에게해를 건너온 난민들도 유럽 첫 도착지인 이들 섬에서의 처참한 생활 속에 또다시 여러 위험에 놓이게 됐다.

수백 명이 머무는 난민촌에 5개 뿐인 화장실은 늘 고장 나 있고, 천막도 포화상태라 난민들은 올리브 나무 밑에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야 한다.

레스보스 섬에 온 아프간 여성 자흐라 자파리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우리는 전쟁과 폭력을 피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유럽으로 왔다"며 "그러나 여기는 물도 음식도 없다. 내 나라와 마찬가지로 엉망"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온 하이다르 마지드도 "적어도 여긴 폭력과 폭발과 납치는 없다"며 "그래도 인간이 살 장소는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레스보스 섬에는 7월 한 달 동안에만 지난해 전체보다 더 많은 난민들이 도착했다.

섬 관계자는 "겨울이 오기 전인 8∼10월에 난민 유입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의 위기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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