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 러시아와 머리 맞대는 사우디…탈미 가속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1 06: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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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러시아와 머리 맞대는 사우디…탈미 가속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직접 만나 중동 최대의 난제인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한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회담 의제는 중동 현안과 에너지 문제로 알려졌다. 특히 복잡하게 꼬인 시리아 사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011년 3월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양보를 모르는 중동의 양대 축인 사우디와 이란의 첨예한 대리전이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 반대편에 서 있다.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미국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배후인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 진영이 대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개입수위가 낮긴 하지만 이란을 두둔하는 쪽이다.

이런 구도를 염두에 두면 이번 사우디와 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은 주목해 볼만하다.

미국이 시리아, 예멘 등에서 벌어지는 중동 내 무력 사태에 한 걸음 물러선 사이 사우디와 러시아가 접촉 면을 넓히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JTG의 파하드 나제르 연구원은 "양국이 여전히 시리아 사태를 다른 렌즈로 보고 있지만 사우디는 러시아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었다고 결론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탈미'(脫美) 외교 노선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4월 이란과 관계가 깊은 예멘의 시아파 반군에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군을 공습하는 사우디의 입장을 고려해 기권함으로써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했을 때 감지됐다.

이후 6월 사우디의 실세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2왕위 계승자 겸 국방장관이 국왕을 대신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서 공식화됐다.

중동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미국의 맹방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조용한 외교'를 유지했지만 올해 1월 살만 국왕이 즉위한 뒤부터 중동 현안에 독자적으로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변화와 이란 핵협상이 겹치면서 사우디와 미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사우디는 미국의 빈 자리를 프랑스와 러시아로 채워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다원화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거리가 좁아지면서 198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30년간 중동 현안에 제3자였던 러시아가 '주요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사우디가 발을 담근 시리아, 예멘, 이슬람국가(IS)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란과 공조가 필요하지만 적대적인 양국이 직접 외교적으로 접촉할 수 없는 만큼 러시아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핵협상 뿐 아니라 서방과 대치 국면에서 몇 되지 않는 이란의 우군이었다.

핵협상에서 종파적 부담이 없는 오만이 '브로커' 역할을 했던 것처럼 러시아가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중재역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솔솔 나오는 배경이다.

사우디와 미국은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이 정권을 포기할 수 없는 치킨게임과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양측의 입장을 어느정도 절충하는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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