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죽지마라 얘들아' (김제=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5일 오후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에서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덕곤(54)씨가 축사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르포> "사람도 죽어나가는데 닭이라고 별 수 있나"
장마 뒤 폭염에 닭 폐사 급증...'폭염과의 전쟁' 양계농가 전전긍긍…
(김제=연합뉴스) 김진방 임채두 기자 = "사람도 죽어나가는데 닭이라고 별수 있겠어요?"
5일 오후 2시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에 있는 조모(54)씨의 양계장 안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열기가 가득 차 있다.
축사에 설치된 온도계의 수은주는 '섭씨 36도'.
조씨는 뜨거운 여름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며 가마솥더위로부터 닭을 지키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축사 안에 있는 대형 환풍기를 통해 오를 대로 오른 열기가 바깥으로 품어져 나갔지만 폭염특보가 내려진 무더위에 축사 안 온도계는 36도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장마가 끝난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조씨의 농장에서 죽어나간 닭만 해도 800마리가 넘는다.
축사 내 스프링클러를 틀고 대형 환풍기를 돌리는 것도 모자라 직접 호스를 들고 축사 지붕에도 물을 뿌려댔지만 죽어가는 닭의 수는 늘어만 갔다.
축사 10개 동을 돌며 환풍기와 스프링클러를 확인하고 지붕에 물을 뿌리는 것만 해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물을 뿌린 지 30분도 안 돼 축사의 온도는 금세 제자리를 찾아갔다.
마지막 축사까지 돌아보고 첫번째 축사로 돌아왔을 때는 벌써 닭 몇 마리가 더위에 지쳐 시름하다 쓰러진 상태였다.
8월 중순까지 더위가 이어진다는 기상예보에 조씨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물을 뿌리느라 속옷까지 땀에 흠뻑 젖은 조씨는 축사를 다 돌아본 뒤에야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는 "축사 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폐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번에 300마리가 죽어나갔다"며 "평소에는 한두 마리 정도 자연 폐사하고 지난해 더위가 한창일 때도 하루 20마리 정도 폐사하는 게 전부였는데 올해 더위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재해보험도 300마리 이하는 보상이 안 된다. 최근엔 혹시나 닭이 죽을까 걱정이 돼 축사에 온종일 매달려 있다"며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 보상을 받는다 해도 사료 값에 입식 비용을 더한 원가에는 70%도 못 미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읍에서 양계농장을 하는 김모(45)씨도 지난달 불볕더위에 닭 3천여마리가 죽는 피해를 보았다.
다행히 재해보험에 들어 있어 보상을 받았지만 사육 원가에 비하면 70%에도 못 미치는 돈이었다.
김씨는 보상을 받은 뒤 다시 닭을 입식했지만, 더위에 또다시 닭들이 폐사할까 봐 조마조마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김씨가 양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김씨는 "그나마 재해보험에라도 가입한 농가는 폐사 피해를 봐도 버티기라도 한다"며 "본인 부담금 때문에 재해보험에도 들지 못한 농가는 폭염 피해를 보면 피해를 복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김광삼 전북양계협회장은 "지난해는 여름철 기온이 낮아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장마가 끝난 뒤 기온이 급격히 올라 고온다습한 기후에 약한 닭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 회장은 이어 "양계 농가들은 비가 온 뒤 기온이 오를 때는 반드시 환풍기와 스프링클러 등 폭염 예방 조치를 즉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