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좌파 지방정부 '왕실 지우기'…전 국왕 흉상 철거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지난 5월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권력을 쥔 좌파 지방정부들이 전임 국왕 흉상을 제거하는 등 왕실 지우기에 나섰다.
28일 현지 일간지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제2도시인 바르셀로나 첫 여성 시장인 아다 콜라우는 지난 23일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청동 흉상을 시청 대회의실에서 철거했다.
이 흉상은 약 40년간 이 시청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
콜라우 시장은 "법에서 국가수반의 이미지를 시청에 두도록 했다"면서 "후안 카를로스는 더는 국왕이 아니다"라고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왕실 부패 추문으로 인기가 떨어지자 작년 6월 아들인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과거 바르셀로나를 포함된 카탈루냐주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는 것을 지지한 콜라우 시장은 왕실에 반대하는 뜻에서 흉상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콜라우 시장은 포데모스를 포함한 좌파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ona En Comu)의 후보로 지난달 시장에 취임했다.
소라야 사엔스 데 데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는 바르셀로나 시청에 새 국왕인 펠리페 6세 사진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반격했다.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PP) 소속 바르셀로나 지방의원들은 철거에 항의하며 카를로스 전 국왕 흉상이 있던 자리에 펠리페 6세의 사진을 걸어 두었다.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집권한 중부 사라고사에서도 시내 체육관 명칭을 현재 펠리페 6세 체육관에서 지역 농구 감독 이름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서남부 항구도시 카디스시에서도 포데모스 소속 시장이 집무실 벽에 걸려 있는 카를로스 전 국왕의 사진을 이 도시에서 유명했던 무정부주의자 사진으로 바꾸었다.
역사가인 아벨 에르난데스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프랑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시기에 참가하지 못한 극좌 세력이 역사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1939년부터 1975년 사망할 때까지 36년 동안 스페인을 통치하면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 반프랑코 운동가를 투옥했다.
프랑코가 사망한 뒤 1975년 카를로스 국왕이 즉위하면서 입헌 군주제가 부활했고 스페인의 민주화가 시작됐다.
카를로스 국왕은 스페인의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후 딸인 크리스티나 공주의 부패 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크게 나빠지면서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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