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일본 경제, 엔화가치에 지나치게 의존" 경고(종합)
"경기하강 위험 여전…구조조정 필요하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김남권 기자 = 일본 경제가 엔화가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진단했다.
IMF는 23일(미국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엔화가치 하락이 세계 상품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높였지만 수입은 위축시켰다"며 "추가 양적완화는 일본 국내의 정치적 목표 추진 과정에서 엔화 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올해와 내년의 평균 엔/달러 환율을 각각 1달러당 120.0엔과 119.2엔으로 제시했다.
IMF의 집계에서 연평균 엔/달러 환율은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79.8엔이었지만 2013년과 작년에는 각각 97.6엔과 105.7엔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IMF 보고서를 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실질실효환율 기준 엔화 가치는 지난해 평균치보다 약 7% 하락했다.
이어 IMF는 일본 정부가 재정 강화 정책에 따라 당분간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250% 수준으로 묶을 수 있다면서도 더 강력한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공공부채가 GDP의 약 290%로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 4월까지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측했지만, 지난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0.8%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1.2%로 제시했다.
일본 경제와 관련해 IMF는 경기 하강 위험이 여전히 있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일본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지만 성장률 면에서 여전히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실질 GDP 증가율은 1% 가량으로 과거 거품경제 붕괴 이후와 비슷한 수준이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는 남아있는 상태다.
IMF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칼파나 코츠하르 부국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외부 요인이 일본 경제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행한 소비세 인상의 충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진 점도 일본 경제에 부정적이었다. 더딘 임금 인상과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고령화 및 생산인구 감소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IMF의 일본 책임자는 루크 에버라에르트는 "중기적으로 약한 내수와 불완전한 재정·구조 개혁이 스태그네이션(장기 침체)을 불러오고 재정 안정성에 의문을 갖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본 경제의 하강 위험을 대처하고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썼다.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가운데 첫 번째인 통화 확대와 두 번째인 재정 확대에 이어 마지막 화살인 성장 전략이 성공하려면 과감한 개혁이 필수 요인으로 꼽힌다.
IMF는 고용시장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 등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향상 등의 숙제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집단자위권 법안의 강행 처리 이후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등 역풍을 맞아 강력한 개혁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두 번째 화살로 일본 경기가 다소 활력을 찾았지만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은 아베 총리의 정치력 약화 우려로 난관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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