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 총리 "전통적 좌파 공약으론 승리 못 해"
"노동당은 중도층에 호소할 때 승리할 수 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지난 5월 총선에서 참패한 노동당의 당수 경쟁에서 강성 좌파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1997~2007)는 좌파로 돌아가선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총선에서 국유화, 소득분배 같은 전통적 좌파 공약을 과감히 버리고 우파의 가치관을 포용하는 이른바 '신노동당' 노선을 내세워 승리했다. 18년간에 걸친 보수당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블레어는 세 차례 연속 총선에서 승리한 인물이다.
블레어는 22일(현지시간) 싱크탱크 '프로그레스(Progress)'가 주최한 모임에서 "노동당은 중도로 승리할 수 있다. 광범위한 중도층에 호소할 때, 노조는 물론 기업을 지지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좌파 공약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는 낡은 좌파 공약으로 승리하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승리로 이끄는 길이더라도 그것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레어는 "앞으로 나아가라. 제발 과거로 돌아가지 말라"면서 "국민들은 우리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오늘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것들(낡은 좌파 공약)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늘의 세계는 세계에 맞춰 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을 뜻한다"며 "노동당을 현대화하는 구상을 분명히 표현하는 건 우리 원칙들을 저버리는 게 아니다. 우리 원칙들을 현실 세계에 이식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어는 강성 좌파 제레미 코르빈 의원(66)이 당수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을 겨냥해 급진 좌파에 대한 지지는 "반동적인 현상"이라며 보수당은 쉬운 상대인 코르빈의 당선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르빈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노동당이 선거에 진 건 너무 좌측에 있어서가 아니라 긴축에 찬성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애드 밀리밴드 당수 후임을 놓고 4명의 후보가 노동당 당수 경쟁에 도전한 가운데 약체로 점쳐지던 코르빈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