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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 개요 설명하는 경찰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성운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열린 '프로농구 감독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전창진 전 프로농구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
"득점선수 빼고 후보 기용·지는데 작전타임 안 불러"
전창진 감독 '승부조작' 수법 백태…대포폰 이용해 베팅 지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권영전 기자 = 프로농구 전창진 전 KT 감독의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은 주전 선수의 출전시간을 줄이고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등 수법으로 이뤄졌다.
서울 중부경찰서가 21일 공개한 전 감독 수사 결과를 보면 승부조작 경기에서 주전 선수가 평균 10분가량씩 덜 뛰고 후보선수가 대신 출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감독은 또 승부가 뒤집히는 상황에서도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고, 득점한 선수를 1분도 채 안 돼 교체하는 등 다소 부적절한 경기운영을 했다.
베팅에 대한 지시는 대포폰을 통해 이뤄졌다. 전 감독은 처음에는 대포폰 사용을 부인하다 경찰이 발신 기지국 정보를 들이밀자 자신이 쓴 휴대전화가 맞다고 시인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 주전 출장 줄이고 지는데도 작전타임 안 불러
전 감독은 2월 20일과 27일 경기에서 주전 선수의 출전 시간을 10분가량씩 줄이고 후보 선수를 대체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SK와의 시합에서는 시작부터 주전 외국인 선수를 빼고 경기를 시작해 1쿼터에서만 12점차로 뒤졌다. 이날 KT는 결국 1쿼터에서 벌어진 점수차를 끝내 만회하지 못해 SK에 15점차로 완패했다.
경찰의 분석 결과 주전 조모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정규시즌 평균 출전시간보다 15분 15초나 덜 뛰었고, 주전 센터인 외국인 C 선수의 출전 시간은 정규시즌 평균보다 14분19초나 더 적었다.
반면 백업 선수인 E 선수는 평균보다 12분41초 더 많이 경기에 투입됐고, 김모 선수도 1분54초 더 경기에 나왔다.
경찰이 섭외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초반에 투입해 경기 흐름을 잡았어야 했는데 처음부터 주전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외국인 선수 투입 시점도 적절치 못했다"는 견해를 보였다.
전 감독은 경찰에 "이날 경기가 6강 결정전으로 중요했지만 상대팀은 이길 수 없는 팀이라고 판단해 주전들을 기용하지 않았다"며 "후보들을 많이 투입한 것은 기량차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고양 오리온스와의 27일 경기에서도 전 감독은 같은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이날 KT는 고양 오리온스에 14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1쿼터를 마무리했으나, 2쿼터에서 주전 센터인 C 선수 등이 빠지고 후보가 3명이나 투입돼 결국 3점차로 역전을 당했다.
그런데도 전 감독은 내내 작전타임 요청을 하지 않다가 2쿼터 종료를 불과 40초 남기고서야 타임을 불렀다.
이날 주전인 전모·조모·오모 선수의 출전 시간은 정규시즌 평균보다 각각 11분59초, 10분57초, 7분 10초 적었고 후보인 우모 선수는 평균보다 14분37초를 더 뛰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외국인 C 선수와 E 선수가 각각 득점한 지 1분도 안 돼 교체되는 등 부적절한 선수 교체도 눈에 띄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10점 이상 이기고 있다가 따라잡히면 보통 6∼8점차 정도에 작전타임을 통해 상대의 흐름을 끊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득점한 선수를 바로바로 교체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전 감독은 "2쿼터에 경기가 안 풀렸지만 경기 흐름이 타임을 불러야 할 시기가 아니었고, 종료 40초 전에 요청한 것은 더이상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전 감독 측은 2월20일 6.5점차 이상으로 KT가 패배하는 쪽에 총 3억원을 베팅해 1.9배인 5억 7천만원을 배당받았다. 또 이 돈을 27일 경기에서는 6.5점차 이상으로 패배하는 데 고스란히 다시 걸었으나 점수차가 5점차에 그치면서 돈을 모두 잃었다.
◇ 대포폰 동원해 베팅 지시…전 감독 휴대전화와 기지국 일치
전 감독은 승부 조작을 위해 경기 정보를 알려주고 베팅을 지시하는 데 타인 명의의 대포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전 감독은 대포폰을 사용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으나, 경찰이 대포폰 기지국 접속 내역과 통화내역을 들이밀자 결국 자신이 사용한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현재 구속된 공범 강모(38)씨로부터 몽골인 명의 폴더형 대포폰을 전달받아 2월6일부터 3월1일까지 사용했다. 승부조작 등 범행이 끝난 이후 3월2일 이를 다시 강씨에게 전달해 처분토록 했다.
이 기간 대포폰의 발신 기지국은 전 감독 명의 개인 휴대전화의 발신 기지국과 일치했으며, 대포폰으로 통화한 대상은 강씨와 전모(49)·김모(37)씨 등 3명뿐이었다.
대포폰을 이용한 이들과의 통화는 2월 20·27일과 3월 1일 치러진 경기 전 며칠간 집중됐다.
특히 27일에는 경기 시작 전 강씨·전씨와 10여 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감독은 대포폰 사용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전화가 많이 와서 강씨에게 대포폰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내가 그 전화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 감독이 이 대포폰을 공범들인 강씨·전씨·김씨와 통화하는 데만 사용했고 3월1일 이후 처분토록 한 것으로 미뤄 승부조작과 스포츠 도박 때문에 쓴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문경은 SK 감독도 승부조작 가담했나
전 감독이 이끄는 KT 구단이 SK에 완패한 2월20일 경기 전날 전 감독이 문경은 SK 감독과 두 차례 통화를 한 사실도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전 감독은 2월19일 오후 5시12분께 전씨를 통해 문 감독에게 연락했고, 문 감독은 이날 오후 7시55분께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13분간, 오후 9시13분에는 5분간 통화했다.
전 감독의 공범들은 이후 서로 "감독들끼리 이야기가 다 됐다"고 연락을 취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문 감독은 지난달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을 당시 "(시합 전날) 전 감독과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후 문 감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출석을 요구했으나 문 감독은 전지훈련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서 피의자 신분 전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감독은 경찰 조사를 마쳤을 당시 기자들에게 "우리 경기하기 바빠서 상대팀 (경기 운영에 있어) 이상한 점은 잘 모르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면서 전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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