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對이란 수출1위 탈환 노리며 줄타기 외교
'판촉' 위해 이란 간 獨 부총리 "이스라엘 인정하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핵협상 타결 이후 이란과의 최대교역국 자리 탈환을 노리는 독일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19일(현지시간) "이란이 독일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 독일 기업인 행사에 참석, 이같이 말하면서 "독일이 양국 간 화해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존립 권리를 문제 삼는 것은 독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면 독일과 장기적으로 좋은 경제적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지난주 서방과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한 이후 이란을 가장 먼저 방문한 서방국 정부 최고위 관계자다.
특히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열망하는 독일 기업인들을 대거 이끌고 갔다.
그런 가브리엘 총리가 이란을 압박한 것은 이스라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독일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도이체벨레 방송은 지적했다.
독일은 지난 2007년까지는 중동 지역 외의 나라 중에선 이란의 최대교역국이었다.
그러나 핵 문제와 관련한 서방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자 대(對)이란 수출이 급감했다. 현 수출액은 제재 이전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반면에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했으며 한국 등도 파고들었다.
독일은 이란 제재 해제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왔고 핵협상이 타결되자마자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란에 보내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 재계는 대이란 수출이 2년 안에 60억 유로로 2배 이상 늘어나고, 100억 유로 이상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역사적 부채의식을 느끼는 독일로선 이스라엘, 나아가서는 유대계의 입김이 막강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핵협상 타결에 대해 "이란이 핵무기로 향하는 길을 인정해주는 역사적 실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올해 봄 이스라엘 정부는 독일-이란 관계 개선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바 있다.
독일의 작년 대이란 수출액이 24억 유로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온 상황에서 독일 상공회의소가 대대적 친이란 기업행사를 열자 보인 반응이다.
이란과의 관계 회복 시도는 독일-이스라엘 간 국교 수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는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당시 "독일 재계와 메르켈 정부가 이란 정권과의 '화촉에 다시 불을 밝힌 일'은 독일-이스라엘 수교 50년 기념비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한 바 있다.
한편, 가브리엘 부총리와 독일 기업인들은 21일까지 사흘간 이란에 머물며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각료와 기업인 등을 만난다.
이란과 독일은 이번 회담 등을 통해 석유, 가스, 석유화학제품 등 폭넓은 분야에서 경제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알리 마제디 독일 주재 이란 대사가 19일 밝혔다.
이란의 사나통신에 따르면, 마제디 대사는 이란산 가스를 선박을 이용한 LNG 형태 또는 가스관을 통해 독일로 수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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