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유럽> ③ 문제는 정치다(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4 05: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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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넘긴 유럽> ③ 문제는 정치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경제 크기가 다르고 경제력 격차가 심할뿐 아니라 정치문화와 시민사회의 양태까지 이질적인 유럽 19개국이 단일한 화폐 '유로'를 쓰고 있다. 바로 유로존이다.

게다가 영국은 28개 회원국의 유럽연합(EU)에는 속해 있지만, EU 탈퇴 여부 국민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유럽의 원심력을 키우고, 유로 대신 파운드화 사용을 고수한다. 그게 유럽이다.

유로존과 EU는 이처럼 애초 경제 논리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불안한 숙명의 공동체를 건설하고 영역을 넓혀왔다. 여전히 하나의 실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 공동체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정치를 통해 경제 위기를 봉합하고 경제로 다시 정치의 부활을 꿈꾸려 하지만 험로가 지속할 전망이다.

여기서 경제 위기의 봉합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의 불안정한 타결이요, 정치의 부활은 봉합에서 근원적 사태 해결로 나아가는 유럽 각국의 정치력과 연대 정신의 만개다. 당연히 EU 회원국의 공존 번영을 전제한 통합 심화가 지향이지만, 모든 유럽인이 같은 색깔의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일찌감치 그리스 위기는 EU로 하여금 2010년 5월 모두 7천5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으로 유럽안정화기구(ESM)를 출발하게끔 했다. EU는 이후 리스본조약까지 고쳐 이 기구를 상설화했다. 조약 변경이라는 '정치' 없이 그리스에 대한 안정적 1차 구제금융이라는 '경제'는 없었다.

2차로 이어진 구제금융 기간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부가세 인상, 공공부문 임금·연금 삭감, 공기업 민영화 같은 종합 처방전을 받아 든 것 역시 이들 처방이 사회경제적 근본 질서를 크게 바꾼다는 점에서 정치와 경제의 변증법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러나 그리스는 작년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함으로써 2008년보다 경제 규모가 25% 줄고 실업률 25%에, 청년 실업률은 50%로 늘어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 고통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열광과 국제채권단에 대한 분노를 가져왔고, 시리자는 구제금융 국제채권단의 요구인 긴축 정책의 타파를 앞세워 마침내 지난 1월 정권을 획득했다. 이어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요구를 일축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독일 등 완강한 채권국 주도의 압박에 맞서 절충 끝에 3차 구제금융 지원의 문을 열었다.

3차 지원 프로그램은 그러나 그리스에 채무 재조정과 일부 성장 코드로의 전환이라는 과실을 제공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500억 유로 국유재산 펀드 설립을 통한 부채비율 감축, 송전공사의 민영화, 연금 제도 수술,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미션리스트를 내밀었다.

그리스 시리자 득세로 표상되는 남유럽 좌파 바람은 올해 9∼10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포르투갈에선 긴축 반대와 세금 감면을 내세우는 사회당의 집권 가능성이 커져 그리스 다음은 포르투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르투갈이 그리스의 반(反) 긴축 '동맹군'으로 나선다면 유럽 내 정치적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유럽 통합 심화와 유로존 결속 강화보다는 통합 이완과 결속 약화 위험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가 참여한 좌파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좌파연합은 2011년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한 '분노하라' 시위 지도자들이 만든 세력이다.

반 긴축 정서에 더해, 외국인 이민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복지 부담을 늘린다는 여론에 기댄 정치세력의 성장도 유럽 공동체의 구심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총선에서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건 보수당이 압승한 것이나, 이달 16일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주도하는 유럽의회 교섭단체가 구성된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표 사례이다.

또한, 가깝게는 지난 18일 덴마크 총선에서 이민자 수용에 부정적이고 EU 통합 심화를 반대하는 덴마크국민당이 2011년 총선보다 9%포인트 더 득표하며 2당에 오른 것 역시 유럽의 공존 질서를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 집권세력에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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