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실시로 야당 지지 확보, 법안 통과 가능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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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DB) |
그리스 협상, 치프라스 계획대로 마무리 될까
'국민투표 반대는 채무 재조정 포함된 합의' 실현 가능성
국민투표 실시로 야당 지지 확보, 법안 통과 가능성 높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계획한 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상의 진행 과정은 10일(현지시간) 오전 상황까지 보면 큰 틀에서 치프라스 총리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달 27일 새벽 채권단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전격적으로 국민투표 방침을 밝히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그렉시트'(Grexit)를 우려하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제안에 반대하는 결정은 그리스의 협상력을 높여 '더 좋은 합의'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하며 국민에게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6일 사퇴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국민투표 반대는 채무 재조정이 포함된 합의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중진 의원들은 국민투표 실시는 채권단과 합의를 위해서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달 25일 전까지 개혁안에 일부 쟁점을 제외하고 거의 합의한 상태였으나 내부 반발이 거세 합의를 위한 사전 조치인 관련 법안의 의회통과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시리자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좌파연대'(Left Platform)로 분류되는 의원은 70여명으로 전체 시리자 의원 149명의 절반 정도다.
시리자와 각을 세운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시리자 내 이탈표까지 나온다면 의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수 없어 채권단과 협상이 결렬될 수 있었다.
따라서 국민투표를 강행해 61%의 지지를 얻어 내면서 채권단과 합의를 요구한 치프라스 총리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이튿날 대통령궁에서 정당 대표들과 회동해 공산당과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 대표들이 정부를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국회 입법 절차의 걸림돌을 해소했다.
투표를 앞두고 국민투표 반대는 그리스가 유럽에서 결별하는 것이라고 유럽 지도자들이 경고했지만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오자 채권단 측에서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야당의 공동성명과 함께 채권단에 반감을 산 바루카피스 장관의 사퇴를 수용해 채권단과 신뢰를 구축했으며 이는 채권단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들었다.
특히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를 전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작성한 그리스 정부부채의 지속 가능성 분석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채무 재조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리스가 전날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은 국민투표에서 거부한 채권단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부가가치세와 연금, 노동관계 등에서 일부 수정안을 제시했다.
도서지역의 부가세 인상은 관광지와 소득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했고 주민들의 물가상승 부담 등에 대해서는 이를 보전하는 재정적 조치를 약속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대립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교섭권 부활 문제도 새 개혁안은 4분기까지 입법을 마치겠다고 제시해 시리자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했다.
이 개혁안에 대해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채권단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평가를 유보한다고 밝혔지만 금융시장은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밖에 최대 쟁점인 채무 재조정 문제를 두고 IMF와 미국이 먼저 독일을 압박한 데 이어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그리스 편을 들었다.
채무 재조정에 가장 완고한 독일도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전날 채무 탕감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지만 그리스의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처럼 그리스 협상은 현재까지는 치프라스 총리가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계획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 11일 열릴 유로그룹 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결정하면서 채무 재조정을 약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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