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훈련 앞두고 '오바마 텍사스침공 쿠데타 음모'론 횡행< WP>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7 1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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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도 믿고 공포에 빠져…"이슬람 전사들 푼단다. 임기연장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정치 편견과 불신이 부른 망상증
△ 지난 5월 시행된 미군과 옛 소련권 그루지야군간 합동 군사훈련 장면.(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사훈련 앞두고 '오바마 텍사스침공 쿠데타 음모'론 횡행< WP>

'멀쩡한' 사람도 믿고 공포에 빠져…"이슬람 전사들 푼단다. 임기연장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정치 편견과 불신이 부른 망상증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오바마가 군사훈련을 구실로 텍사스에 계엄령을 선포한 뒤 2016년 대통령선거를 취소하고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려 한다."





미군이 이달 하순 미국 본토에서 대대적인 특수부대 훈련을 실시할 계획인 가운데 훈련 계획상 "적대적" 지역으로 상정된 텍사스에서 외부인이 보기엔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일부 주민들 사이에 정설로 퍼지고 있다.

'오바마가 우리(텍사스)에게 군대를 보내 사찰하고 총기 소유자들의 총을 몰수하려 한다, 군인들이 이슬람국가(IS) 전사들을 이곳에 풀어놓는 것 아니냐'는 등의 괴소문을 '멀쩡한' 주민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풍경은 편견에 따른 불신의 전형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텍사스주에 있는 인구 7만 8천 명의 바스트롭 카운티를 찾아 "바보나 미치광이"가 아닌 진지한 "우국 시민과 애국 시민"들이 이런 음모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두려움에 빠진 현상과 그 배경을 짚었다.

이 신문 7일자에 실린 현지 르포에 따르면,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주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길러졌고 테러리스트들의 지도를 받았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바스트롭카운티의 공화당 위원장 앨버트 엘리슨은 "많은 보수주의자들의 심상에는 오바마가 능히 그런 일(계엄령 선포 등)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고 말했다.

바스트롭카운티의 폴 페이프 판사는 일상적인 군사훈련이므로 주민들이 걱정할 필요없다고 설명하기에 지쳐 특수작전사령부 대변인을 초청, 공청회도 열었으나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 오지 말라" "미국의 자유를 지키자" 등의 구호가 등장했다.

그는 "우리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느냐"고 개탄했다.

"그것은 솔직히 말해, 흑인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테리 오어 전 바스트롭 시장은 말했다.

자신은 음모론을 믿지 않고 군사훈련에 찬성하지만, 상당수 주민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로 흑인과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복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오바마 대통령을 불신한다는 것. "백인 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케네스 케슬러스 현 시장도 이 진단에 동의하면서 불신의 일부는 특히 경제적으로 "옛날 같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중산층의 삶이 점점 힘들어지자 누군가 공격할 대상을 찾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제격"인 셈이다.

흑인인 마크 피터슨(42)은 군사훈련 반대론의 저류에 인종주의가 흐르고 있다고 보면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우리는 우리 나라를 되찾고 싶다'는 말"이라고 밝히고 "미국은 여전히 당신들 나라다. 그게 어디 가기나 했느냐"고 반문했다.

금융회사의 기술 매니저인 그는 "대통령이 (흑인인) 오바마가 아니라면 이런 소동은 없을 것"이라고 여전한 인종주의 편견에 충격을 나타냈다.

'제이드 헬름15'라고 이름붙여진 이 군사훈련은 미군 특수부대들이 가상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저항군을 돕는 상황을 가정해 텍사스주 등은 `적대적' 지역으로, 캘리포니아주 등은 '수용적' 지역으로 분류, 병력을 투입해 시행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페이프 판사가 열었던 공청회는 3시간에 걸친 질의응답에도 결국 참석 주민들의 망상증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바스트롭카운티의 강경 보수파 단체 `티파티' 수장 테리 웨어햄은 오바마 행정부가 일부러 군인들과 텍사스 주민들간 폭력사태를 유발해 게엄령 선포의 구실로 삼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망상증을 얼간이들의 허튼소리로 무시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에선 텍사스주 공화당 지도자들이 그동안 연방정부,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해온 텍사스 정치환경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분석한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주 민병대(State Guard)에 이번 군사훈련을 "감시"하도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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