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치프라스-메르켈 왜 그렉시트 두려워하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7 11: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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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치프라스-메르켈 왜 그렉시트 두려워하나



(서울=연합뉴스) 정선미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모두 강경한 노선에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유럽 통합의 이상을 깨지 않겠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명분이라면 그렉시트를 막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지키겠다는 것은 실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에 그렉시트는 온갖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메르켈에 그렉시트는 對유럽정책의 '총체적 실패'

그렉시트가 발생했을 때 다른 누구보다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쪽은 메르켈 총리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독일은 그리스에 대한 최대 채권국으로 구제금융 협상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스 대응 실패로 독일의 긴축 정책과 메르켈 총리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논쟁이 촉발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긴축을 받아들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 협상안에 '반대'로 답한 것에 상당한 공감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두달 전 좌파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고, 9~10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에서는 사회당이 긴축 반대와 세금 감면,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등 긴축에 반감을 품은 남유럽 국가의 정서가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도 메르켈 총리에게는 중요하다.

그렉시트를 허용하는 것은 또 지난 10년간 총리자리를 지켜온 메르켈에게 가장 대담한 행동으로, 지난 2012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더 위험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분열을 주도한 '장본인'이 되고, 독일이 집중포화를 받는 것만큼은 피하겠다는 것이 메르켈의 생각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를 놓고 국민투표를 예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그렉시트까지 나타나면 유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독일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의혹의 눈길이 번질 수 있다.

그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미국도 메르켈의 등을 떠밀고 있다.

미국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났을 때 러시아와 중국 등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독일 국민들은 그러나 그렉시트를 막겠다는 메르켈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독일 국민은 유로존 내의 최대 경제대국으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데 따른 막대한 무역흑자 등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역내 위기국에 자신들의 세금을 계속해서 퍼주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치프라스, 정치적·실리적으로도 그렉시트가 불리

치프라스 총리에게는 그렉시트를 두려워하는 자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서나 실제로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갔을 때의 혼란을 전망해봤을 때나 모두 그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긴축 협상안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로존 탈퇴는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 사이 여론조사 등을 보면 70%에서 최대 85%의 그리스 국민들이 그렉시트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오고 있고 지난 5월 말 GPO 여론조사에서는 81%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유로존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연대감은 상당히 크다. 자유롭게 유로존 회원국의 국경을 통과하고 환전할 필요없이 유로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연대감을 더 부추긴다.

WSJ에 따르면 그리스처럼 규모가 작은 국가의 주민들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에 휘둘리는 것을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신보다 더 큰나라의 통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에는 그렉시트로 인한 단기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으로 그렉시트가 그리스 경제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은행들이 도산하고 새로운 통화를 발행해 시중에 유통시키고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은 유로존에 남아 개혁 노력을 지속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극심한 경제적인 혼란과 함께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지지도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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