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교장은 우리 밥그릇?"…전북교육청에만 문호개방
군산기계공고 교장 공모 논란…외부 인재 발탁 취지 무색
(군산·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군산의 한 개방형 고교 교장 공모에 감독관청인 전북도교육청의 장학사가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3년 전 공모에서도 똑같은 지적이 제기됐으나 무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7일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월 마이스터고인 군산기계공고 교장 공모에서 전북도교육청의 장학관이던 A 미래인재과장이 선정됐다.
경쟁률은 7대 1이나 됐지만 A 과장은 손쉽게 교장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기계공고를 직접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전북도교육청의 부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산지역에서는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고 한다.
당시 전북도교육청은 학교장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군산교육지원청의 교육전문직은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상급 관청인 전북도교육청의 장학사와 장학관은 지원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명백한 이중잣대'라며 전북교육청 장학사와 장학관의 지원도 똑같이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외부 인재 영입이라는 개방형 교장 공모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교육 관료의 지원은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불합리한 규정은 전혀 바뀌지 않은 가운데 올해 9월 부임할 교장을 뽑는 공모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 결과 이번에도 똑같이 전북도교육청의 미래인재과 소속 간부가 지원서를 냈다. 장학관이 아닌 장학사라는 점만 달랐다.
만약 이 장학사가 교장에 선정되면 도교육청 내 같은 부서의 장학관과 장학사가 잇따라 개방형 고교의 교장으로 영전하게 되는 셈이 된다.
올해 원서를 낸 장학사는 미래인재과 안에서도 군산기계공고의 사업 예산을 배분하는 직업교육팀에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교장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산 시민단체들은 개방형 교장 공모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관료들이 교장직을 싹쓸이하면서 학교의 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군산기계공고는 최근 전국의 22개 마이스터고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마이스터고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전국적으로도 마이스터고 교장에 해당 학교를 직접 관리·감독하던 간부가 선임된 것은 거의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산기계공고 교장 공모제 공정성을 촉구하는 군산교육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인 홍지영 전교조 군산중등지회장은 "현 김승환 도교육감이 당시에도 교육감으로 있었는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며 "학교와 학생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행태에서 비롯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지회장은 "도교육청이 학교와 학생을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자리 챙기기가 아니라 외부의 덕망있는 인재를 초빙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정성과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장학사가 소속된 부서의 권한인 심사위원 선정권을 다른 부서로 옮기기로 했으며 장기적으로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는 만큼 장학사의 지원을 철회시킬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진보 인사를 자처하며 원칙과 공정, 청렴 등을 내세워 전북 교육을 차별화하겠다는 김승환 교육감이 연이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개방형 고교 교장 공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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