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말레이기 격추 사건, 러-서방 이견 여전(종합)
러, 네덜란드 보고서에 이의 제기 vs 네덜란드 "국제재판 추진"
(브뤼셀·모스크바=연합뉴스) 송병승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진상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이견이 여전하다.
네덜란드 조사단이 지난달 사고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사 보고서를 관련국들에 배포했지만 러시아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덜란드는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제재판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올렉 스토르체보이 러시아 항공청 부청장은 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해 "질문이 해답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전문가들은 (보고서의) 자료와 논증, 기술적 정보 등에 대해 여러 중요한 이견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은 견해가 보고서 최종안에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이 여전히 여객기 공격 물체와 배후 등에 대해 서방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 조사단은 그동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함께 사고 현장 실사와 수집 자료 분석 등을 통해 말레이기 격추 사건을 조사해왔다.
네덜란드 안보위원회는 앞서 이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달 2일 말레이 여객기 사고 조사 보고서 초안을 조사 참여국들에 발송했다"면서 "ICAO 규정에 따르면 관련국들은 보고서를 검토한 뒤 60일 이내에 자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사고 조사에는 말레이시아, 미국, 영국, 호주, 러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후 접수된 의견들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는 오는 10월 초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 여객기는 지난해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도중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상공에서 외부 물체의 공격을 받고 추락,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지대공 미사일로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러시아와 반군 측은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전투기나 미사일로 격추한 것이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격추 사건에 대한 러시아와 서방 간 견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네덜란드 정부는 3일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제 재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주례 기자회견에서 "유엔 법정을 설립하는 것이 말레이 항공 여객기 격추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말레이시아 이외에 호주, 벨기에, 우크라이나가 국제 재판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측이 반대 입장을 보여 재판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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