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총선 앞둔 스페인 집권당에 호재…좌파 정당 전전긍긍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스페인 정치권은 이 사태가 11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 국민당(PP)을 이끄는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그리스가 극좌 정당 집권의 위험을 보여준다며 스페인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선전하고 있다.
라호이 총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위기가 한창일 때 인기 없는 결정(긴축 조치)을 내렸다"면서 "다른 이들(그리스)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니 그것은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붕괴와 은행권 부실로 경기 침체에 빠졌다.
남유럽 재정위기 와중인 2012년 7월에는 국제채권단의 은행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여 경제개혁을 추진했으며 2013년 말 구제금융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이번 주 들어 그리스와 스페인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100억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내자 시민은 유로를 찾으려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달려갔다.
반면 스페인은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일 끌어올렸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와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을 기존 2.9%에서 각각 올해 3.3%, 내년 3.0%로 상향 조정했다.
작년 스페인 경제 성장률도 1.4%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현재로는 제한적이다.
지난달 29일 채권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뛰기는 했지만 이후 곧바로 안정됐다.
스페인의 경제 성장이 가속하고 있긴 하지만 긴축 정책으로 각종 사회보장 혜택이 축소되고 실업률이 24%나 돼 국민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당은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수도 마드리드를 좌파에 넘기는 등 2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반 긴축을 내세운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그리스 사태에 긴장하고 있다.
포데모스가 참가한 좌파연합은 지난달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시장을 배출하면서 제도 정치권 입성에 성공했다.
포데모스는 이 기세를 몰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포데모스와 이념을 공유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이끄는 그리스의 경제가 붕괴 직전에 처하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리스 총선 때 알렉시스 치프라스 현 그리스 총리를 찾아가 지지를 선언하며 어깨동무를 했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독일과 국제채권단을 비난했다.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지난달 27일 "유럽의 미래가 위험에 처했다"면서 "개인 의견으로는 문제는 그리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깨려는 독일과 IMF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과 IMF가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포데모스 경제정책 책임자인 나초 알바레스는 "포데모스는 몇 달 후에는 정부에도 참가할 수 있다"면서 "나라를 위험에 빠트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정부와 거리를 뒀다.
스페인의 한 정치 평론가는 "그리스 사태는 선거를 앞둔 라호이 총리와 집권 국민당에는 좋은 뉴스"라면서 "이들은 이제 '투표 때 무책임한 정당을 뽑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고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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