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르포> ATM 현금 동나…'충격의 주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9 05: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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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프라스 '은행 잠정영업중단' 발표 후 도심 분위기 무거워져
시민 "비관하기에도 희망 갖기에도 다들 지쳐…정부 무책임"
△ (아테네=연합뉴스)

<아테네 르포> ATM 현금 동나…'충격의 주말'

치프라스 '은행 잠정영업중단' 발표 후 도심 분위기 무거워져

시민 "비관하기에도 희망 갖기에도 다들 지쳐…정부 무책임"



(아테네=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아테네 시내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현금자동출금기(ATM)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아테네 최대 번화가 에르무가(街)의 ATM 앞에는 줄지어 선 사람들도 없었다. 기기에 있던 유로화는 전날 밤에 동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요일인 이날 ATM에 현금을 채워두지 않았다.

에르무가와 건너편 신타그마 지하철역 구내 피레우스은행 ATM 정도만 정상 작동했지만 줄을 선 시민은 10여명에 그쳤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광장 등 도심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없으니 그저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처럼 보였다.

아테네 시민들은 광장 주변 카페의 야외석에서 커피와 담배,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은발의 노인들이 광장의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거나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 밀어를 나누는 모습 등은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TV 생중계로 '협상안 국민투표'를 발표한 전날새벽 1시부터 충격에 휩싸인 시민들이 ATM 앞으로 달려갔던 것과는 판이한 광경이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은행 영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나라의 국민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가판점에 걸린 신문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암울한 전망의 기사들로 채워졌지만 시민들의 얼굴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광장의 시민들은 기자라고 소개하고 인터뷰를 부탁하자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기업에 다닌다고만 밝힌 안드레아스씨는 "당연히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며 "어느날 갑자기 유로화를 쓰지 못해서 슈퍼마켓에서 파스타와 쌀을 살 수 없게 된다는 두려움을 상상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퇴직한 연금생활자인 이아니스씨는 "그렉시트란 말은 5년 동안 들어왔다. 이제 비관하기에도 희망을 갖기에도 다들 지쳤을 것"이라며 연금이 더 깎이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저녁 또 TV 생중계로 은행 잠정영업 중단 조치를 발표한 이후 도심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광장 한 켠에선 시민들이 둘러 앉아 밤 늦게까지 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며, 외국 방송사 기자들은 국회의사당이 잡히는 자리에 카메라를 놓고 속보를 타전했다.

아테네 공항에서 만난 니코스씨는 "채권단의 협상안이 수십장일텐데 국민이 그걸 다 읽어보고 찬반을 결정하라는 정부는 무책임하다"며 "1주 만에 투표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에서 2주동안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라던 니코스씨는 시내의 ATM이 작동할지 걱정하면서 공항 청사의 ATM에서 50유로 지폐 10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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