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기업 해외 지사로 나선 부산 출신 동포 무역인들
베트남·일본·핀란드 진출 경험 살려 수출 노하우 전수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내수시장의 경기 침체가 이어져 중소기업이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고향 기업을 살리겠다고 찾아온 재외동포 기업인들이 있다.
바로 지난 23일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부산광역시가 시작한 '부산시 중소기업 수출 마케팅 요원 지원사업'에 글로벌 마케터로 참가한 부산 출신의 월드옥타 회원 3명.
베트남 호찌민에 진출한 부산 서구 남부민동 출신의 엄태언 새솔 인터내셔날 대표, 일본에서 사업한 지 22년째인 부산진구 전포동 출신의 이형우 에스엘 히트테크 재팬 대표, 핀란드 헬싱키에 진출한 연제구 연산동 출신의 최재혁 에이비비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2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메르스로 인해 각국에서 한국 방문을 자제시키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고향 기업을 살리는 일은 쉴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글로벌 마케터가 돼 고향 기업의 수출길을 어떻게 뚫을지에 관한 의견을 털어놓았다.
화학 분야 무역업에 종사하는 엄 대표는 20여 년간 LG화학, GS화학 등 국내 대기업의 현지 법인장으로 근무하며 베트남의 경제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27일까지 진행되는 지원사업에서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고향 기업의 수출을 돕겠다고 달려온 것이다.
그는 "최근 한·베트남 FTA 협상 타결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면서 "지금이 베트남 진출의 적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베트남 시장을 결코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베트남 국민은 상당히 명석해요.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 때문에 긍지도 높고요. 현지에 진출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보다 못산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비즈니스 매너를 무시하는 겁니다. 그러면 수출이 성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죠.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그곳 기업인들을 존중하면서 철저히 비즈니스 매너를 지켜야 합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본 주재원으로 왔다가 일본에 정착, 반도체 장비를 비롯한 IT 제품 생산업체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다.
그는 "최근 지속하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으며, 이를 틈타 중국 상품이 한국 상품을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중소기업은 최소 물량도 많고,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약한 상황인데도 품질제일주의를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일본의 경우 뛰어난 품질은 기본이며 다음이 효율적인 기능, 그 다음은 가격이거든요. 품질과 효율적인 기능을 갖췄다면 수익이 작더라도 가격을 낮춰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엔저 현상으로 구매력이 높아지고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라며 "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이 엔저 이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상품을 핀란드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한 최재혁 대표는 "유럽 시장은 전통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고 제품의 수입 요건도 굉장히 까다로우나 일단 시장 진출에 성공만 하면 기본적으로 품질이 보증된다는 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는 경력을 내세워 다른 나라 진출에 성공한 중소기업 사례가 많다"면서 "이를 잘 활용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출신 3인의 조언에 부산 지역 기업인들도 호응했다.
김병문 비엠케이메티컬 대표는 "현지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하다 보면 언어 장벽 때문에 소통하기가 어려웠는데 우리 말과 글로 상담을 하고 현지에 진출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특히 부산 출신 한상들의 조언은 기업을 경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한방화장품과 샴푸를 제조하는 모리앤의 임주희 이사는 "생각지도 않게 동포 기업인들이 현지 시장 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비롯해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고 고마워했다.
월드옥타와 부산시가 실시한 이번 지원사업에는 세계 16개국 17개 도시에서 20명의 재외동포 기업인이 참가했다. 이들은 7월부터 12월까지는 본격적인 현지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된다. 해외에 지사를 둘 형편이 되지 않는 부산 지역 중소기업을 대신해 현지 물정을 잘 아는 재외동포 마케터들이 지사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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