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회의전 메르켈-캐머런 회동…브렉시트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을 위한 25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베를린에서 회동한다.
캐머런 총리는 메르켈 총리에게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EU협약 개정에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논의하기 전에 브렉시트를 논의하는 셈이다.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후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회담을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독일 국빈 방문을 기회로 활용해 선제적 외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캐머런 총리는 회담 후 여왕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캐머런 총리로서는 유로존에서 메르켈 총리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을 테지만, 영·독 관계는 막상 시험대에 오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캐머런 총리와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개방되고 경쟁력 있는 유럽이라는 기조 하에 이해관계를 같이해왔다. 두 정상은 무역협정을 장려하고 EU 예산을 깎았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급습하자 제재를 하는 데에도 힘을 합쳤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캐머런 총리가 EU 재정협약을 제안했을 때와 장-클로드 융커의 EU 집행위원장 내정을 철회시키자고 했을 때 뒤통수를 쳤다.
기젤라 스튜어트 영국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은 FT에 "캐머런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화기애애해 보여도 EU를 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면서 "캐머런 총리는 메르켈 총리에게 있어서 EU가 생존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에게는 브렉시트 방지 못지않게 그렉시트 방지나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도 중요한 걱정거리라는 설명이다.
캐머런 총리는 25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EU 협약 개정 요구가 처음으로 공식 논의되기 시작해 연말쯤에는 결론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 역내 이민자 등을 겨냥한 복지혜택 자격 제한, 각국 의회의 권한 확대, 일부 EU 정책에 있어서 영국의 예외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몇 주간 유럽을 돌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폴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루마니아 정상들을 설득했고, 마지막으로 메르켈 총리의 협조를 얻고 조언을 듣고자 베를린으로 향한다. 캐머런 총리는 EU 협약 개정에 성공하면 2017년 전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찰스 그랜트 유럽개혁센터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메르켈 총리가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EU 정상회의 도널드 터스크 상임의장과 융커 집행위원장과 사전 협의를 하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도 입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그리스와 채권단은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방안에 관한 타협안을 도출하고 25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최종 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