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관련 '요주의 인물' TV 생방송 출연에 호주 '시끌'
애벗 총리 "누구 편이냐" 맹비난…방송국 "판단 실수" 해명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공영방송이 테러관련 요주의 인물을 생방송에 출연시키고 여과 없는 발언 기회까지 준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영 ABC 방송은 지난 22일 밤에 방송된 시사 토론프로그램 'Q&A'에 테러 동조자로 의심받는 자키 말라를 청중으로 참여시켜 발언하도록 해 정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말라는 테러 연루 혐의를 받았지만 2005년 재판 끝에 무죄로 밝혀졌고, 이후 동영상을 통해 정보요원들을 살해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이유로 2년6개월을 복역한 전력이 있다.
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며 시리아를 방문했고, 중동의 수니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에는 반대하지만 테러단체 알카에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호주 정부가 예의 주시하는 인물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4일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서 말라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현재 추진되는 법안대로라면 자신은 시민권을 박탈당했을 것이라며 정부 측 패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호주 정부는 최근 테러 혐의를 받는 이중국적자에게는 판결 이전이라도 정부 부처 차원에서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말라의 거침없는 발언이 주요 시간대에 공영방송을 타고 퍼져 나가자 다음날 토니 애벗 총리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호주인의 테러단체 가담과 자생적 테러의 위협이 늘어나자 강력한 대책을 마련 중인 호주 정부는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애벗 총리는 23일 "당신들은 누구 편이냐"라며 반문하고는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 겸 테러 동조자에게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고 맹비난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보이콧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방송을 담당하는 말콤 턴불 통신장관도 방송국 측이 "중대한 판단 실수"를 했다며 이미 이 프로그램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턴불 장관은 방송사 최고경영자(CEO) 마크 스콧과 프로그램 진행자 토니 존스 등과도 접촉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방송사 측은 바로 한발 물러섰다.
TV부문 책임자인 리처드 핀레이슨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며 생방송이라는 특수한 사정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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