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수리나 인터넷 연결도 정부 허가 필요한 곳"
![]() |
△ DMZ 민간인거주지 '대성동마을'의 대변신 (서울=연합뉴스)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DMZ) 내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는 49가구, 2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
<6·25 65주년> ⑩DMZ '대성동 마을'의 대변신
정부·지자체·기업·주민 손잡고 35년 만에 정비
"집 수리나 인터넷 연결도 정부 허가 필요한 곳"
(파주=연합뉴스) 팽재용 연합뉴스TV 기자 =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DMZ) 내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는 49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회관 2층에만 올라가도 북녘 땅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유엔군사령부의 통제를 철저히 따르는 곳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인 통일대교에서 군(軍)의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고 유엔군의 안내를 받아야 남방한계선 철책을 통과할 수 있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는 곳이라 집을 수리하거나 인터넷을 연결하는 일도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대성동 마을이 정부 허가를 받아 마지막으로 개발된 것은 35년 전으로, 아직도 이곳에서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다.
1980년에 지은 집은 이미 벽 곳곳이 갈라지고 지붕이 떨어져 나갔다.
과거 마을회관으로 쓰던 '자유의집'은 흉가나 다름없다. 1959년에 지은 건물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이고 안에는 버린 집기들만 나뒹굴고 있다.
생기를 잃어가는 마을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고 있다. 마을 노후가 심각하자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성동 마을에서 32년간 살아온 윤용복(62)씨는 "1980년대 종합개발 이후 대성동 마을은 방치되다시피 했다"며 "집을 리모델링하고 싶어도 정부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이제라도 도와준다니 다행"이라고 반겼다.
윤씨의 집만 해도 나무로 된 천장은 곳곳이 주저앉았고 벽지에는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었다. 벽은 밖이 보일 정도로 금이 가 바람이 새고 있었다.
윤씨는 "겨울에는 난방비가 40만원 넘게 나온다"며 "밤에 코가 너무 시려 잠에서 깰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마을 곳곳의 정비 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주택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단열이 되지 않는 벽을 이중, 삼중으로 다시 세우고 창문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허물어진 기와지붕도 새롭게 다시 올릴 예정이다.
공사에 필요한 예산 23억원은 행정자치부·경기도 지원금과 주민 부담금에 KT, 청호나이스 등의 기업 후원금을 더해 충당하게 된다.
자문단장인 정진국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단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마을의 옛 모습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성동 마을에는 개발 사업이 이미 시작된 곳도 있다.
올해 지독한 가뭄에서도 대부분 모내기를 끝낼 수 있었는데 8km 밖의 임진강 물을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동구(47) 대성동 마을 이장은 "지난달 유일한 수원인 저수지 두 곳이 모두 말라버렸다"며 "정부에서 새로 뚫어준 수로 덕분에 겨우 모내기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장은 "주민들에겐 임진강 물이 생명수와 같다"며 "늦지 않게 물을 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을회관도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초고속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유무선 인터넷 환경을 구축 중이다. 시설이 완성되면 화상회의 시스템 등으로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1월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한 대성동초등학교는 도시 학교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전교생이 불과 30명이지만 학생들은 인터넷TV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
고립된 섬처럼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던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대성동마을의 대변신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자유의집은 마을기록 전시관으로 탈바꿈해 통일과 평화를 주제로 비무장지대의 역사를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다.
주민 김진웅(49)씨는 "대성동마을이 분단의 역사이자 아픔의 장소"라며 "우리 마을을 소개해 통일 준비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DMZ홈페이지(www.dmz.go.kr)를 운영하는 행정자치부는 향후 대성동 마을을 중심으로 안보관광 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민 의견도 홈페이지를 통해 받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대성동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통일의 미래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대성동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발전시켜 아이들에게 통일시대를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