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기 퇴출' 왈가왈부…오바마·대선주자 논쟁 가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남부연합기 논쟁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선 주자들도 뛰어들면서 깃발 존폐에 대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BBC방송,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남부연합기는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혀 의제를 공론화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남부연합기 논란에 대해 답변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남부연합기가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남부연합기는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이어진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 제도를 지지한 남부연합 정부가 사용한 깃발이다.
이 깃발은 남부의 백인들에게 문화적 정체성, 지역의 자존심을 대변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 운동가들에게는 백인 우월주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흑인 감리교회에서 벌어진 참극의 피의자 딜런 로프(21)는 인종차별 신념을 강조하며 깃발을 웹사이트에 올려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나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부기의 퇴출을 지지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남부기를 인종 혐오의 상징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며 "남부기를 당장 내려 찰스턴 희생자들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붉은 바탕에 푸른 X자 마크, 별 13개가 새겨진 남부기는 현재 컬럼비아에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앞마당에 공식적으로 게양되고 있다.
주의회는 남북전쟁이 끝난 지 97년이 지난 1962년에 '남부의 자존심'을 외치며 의사당 꼭대기에 남부연합기를 게양했다. 그러나 2000년 민권 운동가 4만6천명의 시위로 게양대는 의사당 지붕에서 앞마당으로 옮겨졌다.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한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남부연합기의 퇴출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부시 전 주지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에서는 깃발을 주의회 마당에서 떼어 원래 있던 박물관으로 보냈다"고 자신의 2001년 결정을 소개했다.
그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기간이 지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지도자들이 논의를 통해 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지역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남부연합기는 우리 일부이기도 하다"며 퇴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보류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에게는 남북전쟁과 그 전쟁의 한쪽을 의미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인종차별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여성 잠룡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는 "남부연합기가 인종차별 증오의 상징"이라고 말했으나 추가 의견은 보류했다.
다른 공화당 후보인 테드 크루스(텍사스) 상원의원은 논쟁이 확산하더라도 결국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크루스 의원은 "외부인들이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필요하지 않다"며 "깃발에서 인종차별과 노예제가 아닌 조상의 희생과 남부 주의 전통을 기억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07년 대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남부연합기의 공식 사용에 반대한 바 있다.
대권 주자들이 표 때문에 소신 표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솔직하게 말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지기 때문에 나는 2000년 경선 때 내 소신을 꺾고 깃발 존치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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