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환경회칙에 젭 부시, 달라이 라마까지 논쟁 가세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인 기후변화 회칙을 놓고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부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까지 각계 인사들이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교황이 2013년 3월 즉위한 이후 두 번째로 발표할 이번 회칙은 기후 변화가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골자로, 공식 발표에 앞서 15일 초안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벌써부터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비판 대열에 나선 것은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이다.
특히 지난 15일 공화당 대권도전을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유세 현장에서 연이틀 교황에 대해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17일 아이오와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종교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 종교는 정치 영역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사람답게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5년 전 가톨릭 신자로 개종한 그는 "난 신앙을 키우려고 성당에 가는 것이지, 경제 정책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난 교황이 탁월한 지도자라고 생각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정치 영역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무엇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필요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고 AP는 덧붙였다.
부시 전 주지사는 대권도선 선언 후 첫 공식 유세였던 16일 뉴햄프셔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도 "난 주교나 추기경들의 얘기를 듣고 정책을 만들어 내진 않는다"며 교황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했다.
앞서 공화당의 대표적 환경규제 반대론자이자 상원 환경 공공업무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페(오클라호마) 의원도 최근 기후 관련 콘퍼런스에서 교황이 선을 넘었다면서 "교황은 본연의 일에 충실하라"고 날을 세웠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역시 이달 초 필라델피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신학과 도덕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황을 간접 비판했다.
보수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 정계뿐 아니라 석탄, 에너지 업계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종교 지도자들은 교황의 회칙 발표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기후 변화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우린 인류의 하나됨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북미이슬람소사이어티(ISNA)의 이맘(성직자)인 모하마드 마지드도 시사주간지 타임에 보낸 성명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종교인들이 하나가 돼야 하는 만큼 교황의 요청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회칙 발표를 하루 앞둔 17일 바티칸에 모인 신자들 앞에서 폐허가 된 지구를 살리는데 모두가 나서야 하며, 비평가들도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회칙을 받아들이라고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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