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영구채 발행 사상 최고…저금리 기조 속 수요 몰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올 들어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구채'(perpetual bonds) 발행이 사상 최고를 나타내고 있다.
영구채는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형태의 채권이다. 원금상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의 '하이브리드채권'으로도 불린다. 물론 특정 시점 이후에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상품인 영구채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금융 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는 380억 달러(약 42조5천억원)로 집계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딜로직이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 한해 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는 모두 610억 달러(약 68조원)였다.
올 들어 발행된 비금융 회사채 가운데 영구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서방 기업으로는 프랑스 석유화학업체 토탈(Total)과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olkswagen)이 각각 57억 달러와 27억 달러를 발행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영구채 발행을 늘린 데에는 세계적인 저금리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구채에 투자하면 해당 금리를 오래 가져가는 이점이 있다. 또한, 자산과 부채의 기간을 맞추는 데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
도이체방크의 하이브리드채권 투자위험 국제책임자인 크리스 위트만은 "기업 입장에서는 대차대조표와 신용등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원금상환 의무가 없는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됨에 따라 기업들은 영구채를 발행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채권시장, 특히 유럽 채권시장이 지난 4월 이후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나 이런 시장 환경이 영구채 발행 추세에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고 FT는 전했다.
JP모건 투자등급 채권투자책임자 마크 바이그네레스는 "영구채 발행이 주식 발행에 비해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기업들에 등식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도 '코코본드'(coco bond)로 불리는 영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 채권은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이에 따라 올해 비금융기업과 은행들이 발행한 영구채를 합치면 사상 최고인 1천70억 달러에 달했다.
영구채 발행금리는 물량 증가와 더불어 내림세를 보였다. 기준금리와 차이인 스프레드가 2011년 5.60%포인트에서 올해는 3.00%포인트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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