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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파버암연구소의 요키 센터. 출처: 다나-파버암연구소 홈페이지 |
'실패'한 암치료제도 다시 보자…예외반응자 연구 활발< WP>
암 종류 달라도 유전자 변이 유사하면 극적 약효 기대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50명을 대상으로 한 신약 임상시험에서 2명은 극적인 효과를 봤지만 48명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그 시험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됐다. 과거엔.
그러나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활용, `실패'한 임상시험에서 극적인 효과를 본 `예외 반응자'에게 약효가 강하게 나타난 유전적 이유를 알아내, 유사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다른 환자의 치료를 시도하는 쪽으로 의학계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
실패한 것으로 버려진 임상시험들의 데이터를 다시 끄집어내 새로운 치료의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암연구소의 환자중 그레이스 실바(59.여)는 공격성이 강한 미분화갑상선암 때문에 온갖 치료를 다 받았으나 폐로 전이된 상태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신장 진행암 용으로 승인된 약인 `에베로리무스'를 복용한 결과 갑상선 종양이 거의 사라지는 놀라운 효과를 봤다.
의료진은 실바의 원발 종양 표본을 분석, 단백질 인산화효소인 mTOR을 조절하는 2개의 유전자중 하나인 TSC2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을 발견하고, 에베로리무스가 mTOR를 억제함으로써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약효를 얻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실바 이전에도 다른 병원의 방광암 환자 1명이 에베로리무스에 유사한 효과를 얻었는데, 그 환자의 방광암 역시 실바의 갑상선암과 유사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 유전자에 유사한 변이가 있는 환자들이라면 "암 종류에 상관없이 예외 반응자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다나-파버연구소 의료진은 이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를 훑어서 실바와 유사한 암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 수십 명을 찾아냈다. 그들 중 2008년 난소암 3기로 진단받은 후 치료와 재발을 거듭하고 있는 카렌 코클리(59)가 의료진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3월 초부터 에베로리무스를 복용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자 신문에서 이 시험 사례를 소개하고, 복용 한 달 만에 코클리의 난소암 표지자인 CA-125의 혈중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두 달 만에 의사로부터 종양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그러나 어떤 약물에 반응할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환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제론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설사 반응하더라도 그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정밀 의학이 만병통치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클리의 의료진도 "치료"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에레로리무스의 약효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바의 미래 역시 아직 불확실하다. 에베로리무스 복용 1년 반 만에 폐암이 내성을 나타내서 최근 검사에선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바는 표적은 같아도 다른 기제로 작용하는 새로운 약물 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바는 새 약물이 효과가 없을 경우 "정말 실망"하겠지만, 그래도 정밀 의학이 아니었더라면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는 지난 시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실바는 생전에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두 살과 14개월짜리 손주들과 일상을 함께 한 데다 막내딸로부터 방금 "건강하고 예쁜" 3번째 손주 출산 소식을 문자로 받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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