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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고비…그리스 "13일 대안 제시"(종합)
유로존, 디폴트 시나리오도 검토…그리스에 최후 통첩
(브뤼셀·이스탄불=연합뉴스) 송병승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이 국제통화기금(IMF) 협상단의 철수 등으로 최대 고비를 맞았다.
유럽연합(EU) 측 채권단도 그리스에 12일(현지시간) 밤까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본통제 등의 비상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 등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관리들이 전날 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에 24시간 안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라고 통보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이날 회의에서 유로존 관리들은 처음으로 그리스 시중은행의 예금인출 제한 등의 비상계획이 검토됐다고 전했다.
복수의 EU 소식통도 유로존 관리들이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를 앞두고 유로존 고위 관리들이 현재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최종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디폴트 상황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가 논의 됐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13일에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구두 성명을 통해 13일에 채권단과 의견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됐으며 브뤼셀에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리스 정부는 합의가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믿는다"며 "이는 우리(그리스와 채권단)는 겨우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에서 0.25%포인트 차이만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기초재정흑자 목표로 그리스 정부는 지난 1일 제안한 47쪽 짜리 협상안에서 GDP의 0.6% 수준으로 제시했으나 채권단은 지난 3일 GDP의 1%를 요구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그리스는 지난 9일 EU 집행위에 재정갭(fiscal gap)을 줄이는 대안을 제출했다며 이 목표치를 0.75%로 올렸다. 재정갭은 국가채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초재정수지의 개선 정도이며, 재정갭을 줄이려면 기초재정수지 흑자규모를 늘려야 한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이처럼 작은 차이'로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정치적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리스 정부의 이런 발표에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통화하고 진행 중인 협상의 향후 조치들을 논의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오전에도 구두 성명을 통해 IMF가 전날 협상단을 철수한 것은 압박 전술이라고 지적하고 정치적 차원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에서 그리스는 임금과 연금의 신규 삭감에 반대하고 채무 재조정과 강력한 투자 계획을 요구했다.
그리스 알레코스 플라부라리스 국무장관은 이날 공영방송 ERT에 출연해 유로그룹이 18일 개최할 회의에서 타결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의 측근인 플라부라리스 장관은 "그리스의 파산은 그리스나 채권기관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고질적 소문과 달리 우리는 절대 도박하지 않았다"며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발언에 반박했다.
투스크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필요한 건 결정이지 협상이 아니다"라며 "그리스 정부는 좀 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중립적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도박할 시간이 더는 없다. 게임이 끝났다고 말하는 날이 다가오는 것이 걱정된다"며 그리스 정부를 압박했다.
앞서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하고 협상 타결에 집중적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해 타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리스는 이 회동에서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9개월 연장해 내년 3월말까지 지원받되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정책들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합의 도달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협상에 진전이 없어 협상팀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철수했다고 밝히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구제금융 분할금(72억 유로) 지원 등을 위한 조건인 개혁안을 놓고 4개월째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연금 삭감과 세수 증대 등 긴축 정책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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