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정상들, 영국 EU 협약 개정 요구 '퇴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EU 협약 개정 요구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중남미 정상회의에 참석한 캐머런 총리가 EU 회원국 정상들을 따로 개별적으로 만나 EU 협약 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캐머런 총리에게 핵심 요구사항 중 한 가지는 이뤄질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일부 이민자들이 영국의 복지 혜택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루마니아 국적 이민자를 "차별하는" 움직임에는 거부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유하 시필레 핀란드 신임 총리 역시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약이 개정되면 이는 다른 회원국들도 너도나도 뒤따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영국 국회에 EU 차원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해달라는 요구는 애시당초 가능성이 없는 요구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나머지 EU 회원국 간 사이를 틀어지게 하고 있다고 캐머런 총리에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기독민주당 출신인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아예 협약 개정을 사실상 배제했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정상들의 발언들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다. 협상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EU 회원국들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확인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오는 25일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EU 협약 개정 요구사항들이 정식 의제로 채택될 것이라며 회의에 앞서 총리가 정상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머런은 지금까지 모두 15명의 정상급 지도자들과 면담을 했다.
캐머런이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건 메르켈 총리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협약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해준 것이다.
영국 내에선 캐머런 총리가 메르켈 총리만 집중 공략하고 있다면서 다른 국가 정상들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 역내 이민자에 복지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EU 협약들의 수정을 추구하고 있다.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이전까지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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