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여대생 IS 가담 미수로 러시아 '들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1 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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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터키-시리아 접경서 검거…"도착 즉시 경찰에 인계될 것"


명문대 여대생 IS 가담 미수로 러시아 '들썩'

지난 4일 터키-시리아 접경서 검거…"도착 즉시 경찰에 인계될 것"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바르바라 카라울로바. 러시아의 명문 모스크바국립대학(MSU) 철학부 2학년생이다. 이제 19살 난 카라울로바 양 때문에 러시아가 들썩이는 모양이다.







카라울로바 양은 이혼한 부모 몰래 지난달 27일 학교를 간다며 나갔다가 터키 이스탄불을 향한 후 지난 4일 터키 최남단 시리아 접경지역인 킬리스의 검문소에서 적발됐다. 모든 정황을 감안하면 수니파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시 (여자)아이까지 데리고 있는 여성을 포함해 13명의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출신 여성이 카라울로바와 함께 적발돼 시리아로의 월경이 저지됐다고 한다.

카라울로바 양의 IS 가담 미수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자신의 배경 때문이다. 명문 MSU에서도 우등생인데다가 5개 국어를 하는 재원이라고 한다. 그녀의 변호사인 알렉산드르 카라바노프는 10일(현지시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례츠(이하 MK)지와 인터뷰에서 "바랴(바르바라)는 사실상 잘 준비된 요원이다. 4개 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아랍어도 배웠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다. 예전에 이런 아이들은 15살 때부터 특수부대(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 돼 이후 특수 교육을 이수하고 특별 임무에 투입됐었다"고 소개했다.

부모 역시 현재 이혼했다고는 하지만 유복한 편으로, 카라울로바 양이 킬리스 검문소에서 저지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 파벨 카라울로프가 평소 알고 있던 특수부대를 통해 즉각 조치를 취한 덕분이라고 한다. 시세말로 '백'도 든든한 셈이다.

이전까지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한 러시아인들은 대부분 북캅카스나 러시아 연방내 이슬람 공화국 출신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 연말 모스크바의 연극인 V. 도로페예프(31)가 아내와 두 명의 아이를 내버려 두고 시리아에서 IS에 가담해 싸우다 숨진 이후 이른바 '버젓한 신분'을 가진 러시아인으로는 사실상 두번째로 드러난 경우다.

온순하고 운동도 좋아했다는 카라울로바 양은 지난달 27일 어머니에게 "오늘은 개랑 산책하지 않을 거예요. 미안해요"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뒤 터키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랍어를 배우기 시작해 이슬람에 매료됐으며 대학교에도 이슬람 여성이 쓰는 모자격인 히잡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자신을 이슬람식 이름인 '아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학교 동기들은 말했다.

카라울로바 양의 어머니 키라 씨는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 10일자 인터넷판과 인터뷰에서 "카라울로바가 이슬람에 흥미를 갖고 이슬람 사원들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예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개랑 항상 같이 다녔지만 이후부터는 개에 관심을 쓰지 않았다. 이슬람에서는 개를 더러운 동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이혼한 뒤 카라울로바가 두문분출하기 시작했지만 부부는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딸의 양육에도 계속 관여해왔다고 소개했다. 다만 딸이 언제부터 아랍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또 언제 십자가를 벗어던졌는지는 정확히 몰랐다고 한다.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이 왜 IS에 가담하려 했을까? 한때 IS의 포로였던 안하르 코츠네바는 A&F에 "카라울로바는 바로 19살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IS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IS의 징병관들은 여자 친구를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새로운 전사들을 모집한다. 외국인 전사들의 아내는 전사들의 출신 국가에서 데려온다. 여성 한 명은 말그대로 그 몸무게 만큼의 금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은 IS가 이라크 제2 도시인 모술을 장악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이라크군과 미국을 비록한 국제동맹군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IS의 세력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얼마전 IS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과 같은 극단주의 단체에 가담한 외국인이 100개국 출신 2만5천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고 유엔 고위 관계자는 IS를 추종하는 트위터 계정이 전세계에 5만여 개, 각 트위터의 팔로워가평균 1천여 명에 이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이런 IS 동조세력의 확산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자료에 따르면 IS에 가담한 러시아인은 지난해 두 배로 늘어 현재 2천명에 달하고 있다.

러시아의 중동·중앙아시아 연구센터 세묜 바그다사로프 소장은 A&F에 "현재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4천~5천명이 IS에 가담해 싸우고 있다. IS를 신병을 기만하고 마약에 흠뻑 취해 참수나 하는 단순한 패거리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뇌교육 시스템은 물론 러시아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인터넷에 제공하는 잡지와 신문, TV방송 등 완벽한 언론까지 갖추고 있으며 그 우두머리는 여성이기도 하다. IS의 선동가들은 대학교와 사원들은 물론 일반 공공장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마치 러시아 혁명기 볼셰비키들이 '게걸스러운 올리가르흐'(과두지배세력)들과 소비사회에 반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싸울 것을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들은 이미 이에 대항하기 위해 IS 등에 가담한 사람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호주는 얼마전 같은 이유로 100명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러시아도 이제 유사한 방안을 채택해야 할 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보분석 센터인 '종교와 사회'의 알렉세이 그리신 총재는 MK에 "IS에는 일반 전사들 외에도 시리아와 이라크군 전직 장교들과 군심리학자 등 전문적인 고급인력들도 가담하고 있다. IS는 24개 국어를 사용하며 이 가운데 러시아어는 징병 인원 수 측면에서 아랍어권과 영어권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은 언어"라고 소개했다.

딸을 위해 현재 터키를 방문 중인 카라울로바 양의 아버지 파벨은 지난 9일 "바랴를 오늘 5분정도 만날 수 있었다. 매우 의기소침한 상태로, 울면서 빨리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다"고 전했다.

카라울로바 양은 현지시간 11일 러시아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옐레나 알렉세예바 러시아 내무부 대변인은 "카라울로바씨가 러시아에 도착하는 즉시 신문을 위해 경찰에 인계될 것"이라면서 IS에 가담하려 한 배경과 경위, 터키 내에서의 행적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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