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호찌민서 다문화 오케스트라 이끄는 윤성호
"한인·현지인 함께 클래식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베트남 초등학교에는 아예 음악 교과서가 없을 정도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어린이들의 문화 의식을 높이고 싶습니다."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에서 '필하모니 국제청소년 오케스트라'(이하 호찌민 필하모니)를 창단해 운영하는 윤성호(41) 씨는 10일(현지시간) 멘탄극장에서 제2회 연주회를 끝내고 이같은 포부를 전했다.
호찌민시립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 유일한 오케스트라인 호찌민 필하모니는 지난해 단원 70명을 모아 창단했다. 단원 가운데 절반이 한인이고, 나머지가 베트남 현지인과 베트남주재 외국인 학생으로 구성됐다.
이날 연주회에서 지휘를 맡았던 윤 씨는 "1천500석의 객석이 현지인과 한인, 외국인으로 가득 찼고, 관객은 클래식, 팝, 영화 OST 등 다양한 연주에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줬다"고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김정심 피아니스트의 콘서트와 합동으로 열린 이날 공연 수익금은 한국선의복지재단과 함께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를 돕는 성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대구 계명대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전공한 윤 씨는 3년 전 베트남으로 건너가 한인과 현지인을 학생을 대상으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호찌민 필하모니를 창단한 이유는 베트남이 중국 다음으로 주목받는 세계의 공장임에도 클래식 등 문화 예술 분야가 뒤처져 있기 때문.
"호찌민 국립 음대에도 악기 전공자가 부족해 오케스트라가 없었습니다. 마침 제가 이곳에서 가르쳐 조직한 20여 명의 현악기 연주단이 있었고, 한인 학생들로 이뤄진 앙상블연주단 등이 있어 3곳의 학생이 중심이 돼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윤 씨는 "현지인 학생 단원들은 오랫동안 갈망하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기에 자부심과 열의가 대단하다"며 "주말 연습을 위해 오토바이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달려오는 학생도 많다"고 소개했다.
오는 13∼14일, 20일에 오케스트라 단원 오디션을 볼 예정인 그는 "입단 희망자뿐만 아니라 기존 단원도 전부 오디션에 참가하도록 해서 실력을 위주로 단원을 선발하고 있다"며 "아직 국제적인 수준에 못 미치지만, 단원 모두가 호찌민에 클래식을 전하는 선구자라는 사명이 있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오는 11월에는 호찌민 최대 규모인 3천 객석의 화빈 극장에서 3번째 정기 연주회를 개최합니다. 이번에는 100여 명의 한인과 현지인으로 구성된 다문화합창단과 협연으로,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을 청중에게 선사할 계획입니다. 정기 연주회 외에도 우선 호찌민 주변의 농촌 지역을 순회하면서 마을회관이나 강당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음악 나눔 활동도 펼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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