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 러시아는 지금 '시험 중'
18일까지 대입 수능…"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12일 치러진다. 10일 기준으로 꼭 155일 남은 셈이다. 지난 4일 시행된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이 재학생 54만7천786명, 졸업생 7만4천3명 등 62만1천789명이었다고 한다. 모의평가라고는 하지만 62만여 명의 응시생은 물론 그 부모와 형제, 가족이 그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라면 어느 나라나 입시철을 즈음해 수험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근심도 커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나름 꽉 짜인 계획을 마련해 대입을 준비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로 극성스럽지는 않다 하더라도 수능일이 다가오면 수험생의 건강에서 그날그날의 상태와 심리까지 하나하나에 특히 더 큰 관심이 가는 건 인지상정인 듯하다.
학기가 우리와는 다른 중국에서는 지난 7일부터 3일간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치러졌다. 인구가 많은 만큼 응시생 수도 대단해 942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도 지난달 25일 수능시험이 시작됐다. 통합국가시험, 예게(ЕГэ)라고 하는데 하루에 끝나는 우리와는 달리 이달 18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수능 과목이 러시아어, 기초 수학, 고급 수학, 지리, 문학, 사회과학, 화학, 물리, 외국어, 생물, 역사, 정보학 등 12개에 달한다. 문학과 지리는 지난달 25일, 러시아어는 28일, 기초 수학은 지난 1일 치러졌고 나머지 과목은 진학 희망 대학에 따라 수험날짜가 정해진다고 한다. 수험생들에게 여유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능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져 꼭 좋은 것만도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수능 기간에 자살하는 학생들도 드물지만 있다.
올해 예게에는 72만5천명이 응시했고 이중 재학생은 65만명. 러시아 전역에 5천700개의 시험장이 마련됐고 각 시험장에는 부정행위 등을 감시하기 위한 비디오 카메라가 배치됐다. 1천명 이상의 연방 공무원이 시험을 통제하고 4만명 가량의 감독관과 140명의 연방 전문가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예게 기간을 맞아 러시아 언론들도 각종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능 요강에서 시작해 수험생에게 좋은 음식은 물론, 사회 유명 인사들의 학창시절 커닝방법을 소개하는 기사까지 종류도 다채롭다. 휴대전화에 커닝페이퍼, 도수 높은 안경에 단을 접은 치마 등 부정행위 방법도 엇비슷한 것 같다. 물론 적발되면 자격이 박탈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서는 시험이 무효처리된다.
올해도 지난 9일 현재 수험생 653명이 휴대전화나 커닝페이퍼 등을 이용하다가 무효처리됐다고 한다. 익살스럽기까지 한 풍경도 여지없이 연출됐다. 크림자치공화국 세바스토폴 지역의 한 여학생은 높이 틀어올린 머리 속에 휴대전화를 감추고 수험장에 들어갔다가 시험 중 벨이 울려 적발됐고 카라차예보-체르케시야에서는 아들 대신 아버지가 시험을 치러왔다가 걸렸다고 한다.
부정행위가 있다는 건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한 셈인데,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가 "마치 남은 인생이 모두 거기에 달린 것처럼 예게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러시아의 수험생과 그 부모들이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모스크바시립 심리교육대학의 나탈리야 아브데예바 교수에게 물었다.
"아이에게 변화와 개선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시험은 단지 시험일뿐이다. 인생의 마지막이 아닌 것이다. 아이에게 모든 게 가능하다는 기분을 갖게 하라. 만일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게 인생의 끝이 아니다. 신통치 않은 결과는 오히려 자기계발의 동기가 된다. 이는 크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다. 어차피 부모의 최종 목표는 아이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는 절대로 아이들이 점수로 자신을 평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아이에게 어떤 프로젝트 또는 비즈니스 플랜을 함께 짜자고 제안하라. 지난 세기 유행했던 이른바 '도표 만들기'로, 요즘 아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나머지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수행해야 할 과제를 세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에게 자신을 통제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 있으며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는 감정이 생기게 되며 이러면 불안감이 사라진다. 상황 역시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해진다. 반드시 아이가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시험 치러 갈 때는? "'벌써 나가니? 도대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기보다는 '넌 준비가 됐어, 모든 게 잘될 거야. 잘하고 돌아오길 기다릴게'라고 말하는 게 낫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 스스로 과거 자신이 성취한 일을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과거에도 유사한 일을 잘해냈으니 시험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생활을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나?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아이는 그럴 기분이 아닌데도 부모들은 사사건건 강요를 하게 된다. 그러지 말고 아이와 공감하고 때론 다가가서 안아주라. 그리고 자신만 그런 경험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떻게 시험을 치렀는지 얘기해 주라.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자신들에게만 모든 일이 신통치 않고 자신들에게만 문제가 있는 걸로 생각하기 쉽다."
A&F는 그러면서 수험생들의 신경쇠약 징후로 ▲갑자기 식욕을 잃는다 ▲불안해한다 ▲변덕스러워진다 ▲한 곳만 멍하니 응시한다 ▲어떤 일에도 기뻐하지 않는다 ▲갑자기 흡연 등 유해한 행동을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럴 때는 더욱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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