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독일 찾은 이집트 대통령 앞에서 "사형 반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4 00: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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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우호협력 강조…인권 문제 피하지 않고 공개 거론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P=연합뉴스 자료사진)

메르켈, 독일 찾은 이집트 대통령 앞에서 "사형 반대"

양국 우호협력 강조…인권 문제 피하지 않고 공개 거론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슬람 반대세력에 무더기 사형을 선고하는 등 엘시시 정권의 반대파 탄압을 겨냥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3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 청사에서 엘시시 대통령과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시각에서 보면 사형은 피해야 할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디벨트가 전했다.

4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독일을 찾은 엘시시 대통령이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를 잇따라 만나고 나서 진행된 회견이었다.

앞서 이집트에선 엘시시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축출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최종 결정은 오는 16일로 미뤄졌지만, 이집트 사법부의 이 선고는 엘시시 반대파의 격렬한 저항과 함께 국제사회의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심지어 테러 범죄를 포함해 그 어떠한 경우에라도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이집트에 각별히 민감한 이 이슈를 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엘시시 대통령은 "독일적, 유럽적 시각으로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독일로서도 이집트의 시각을 존중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집트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카이로에서 활동하던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인사 2명이 지난 2013년 6월 불법 자금 이체 혐의로 처벌받고, 재단이 활동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양국이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언급했다.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 회견은 막판에 히잡을 쓴 한 이집트 여성 저널리스트의 외침이 나오면서 급기야 '폭발'했다.

그녀는 질문 기회를 얻으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그(엘시시)는 살인자다"라고 크게 소리질렀다. 그러자 엘시시 대통령을 취재하려고 동행한 이집트의 다른 일부 언론인들은 "이집트 만세"라고 맞섰고, 청사 경비 인력은 그녀를 끌어냈다.

그 사이 메르켈 총리와 엘시시 대통령은 예정대로 회견을 끝내고 현장을 떠났다.

이날 청사 앞에선 엘시시를 '대통령'이 아니라 '장군'으로 칭하며 그의 독일 방문을 반대하는 세력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찬반 집회를 열면서 일찌감치 갈등을 예고했다.

독일 언론은 청사 회견장도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이집트 언론인들의 박수 등 요란한 반응 때문에 정숙이 유지돼 온 관례가 깨졌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하지만 중동-아프리카 지역 평화 증진을 위한 중추적 국가라고 이집트를 치켜세우고, 두 나라의 경제협력 강화를 희망하는 등 우호 증진을 위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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