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이집트 대통령에게도 '인권 훈수' 할까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3∼4일 독일 방문을 앞두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했다.
엘시시 대통령을 만나 이집트 인권 악화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일본 방문에 앞서서도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일본의 과거사 대응 태도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고, 방일 과정에서 독일의 사례를 전하는 방식으로 과거사 직시와 반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 휴먼라이츠워치, 프런트라인디펜더스, 고문반대세계기구, 유로-지중해 휴먼라이츠네트워크 등 5개 인권단체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메르켈 총리는 엘시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 진전은 이집트 인권 개선 조치에 달렸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 단체는 "이집트 정부가 2014년 현재 자국 헌법과 국제인권법 의무를 위반하는 정책을 펴면서 최근 수십 년간 최악의 인권 상황으로 이집트를 몰아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또한, 이집트 당국이 경찰 등에 의해 희생된 시위자들에 대한 공정한 사법적 조사 등 적절한 절차를 밟기 전에는 이집트의 인권 탄압에 이용될 수 있는 모든 무기와 보안 장비 거래 동결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앞서 메르켈 총리와 같은 집권 기독교민주당(CDU) 소속의 노르베르트 라메르트 연방의회 의장은 최근 주독일 이집트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엘시시 정권이 무더기 체포와 사형 선고 등으로 야권을 박해했다며 엘시시 대통령과 예정된 회동을 취소한다고 전했다.
이는 엘시시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축출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 최근 사형이 내려지는 등 이집트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는 데 따른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라메르트 의장 외에도 인권 외교를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독일 정치인들은 엘시시 대통령의 방문을 마뜩찮게 여기고 있다.
이집트에선 반(反) 무르시 민심을 배경으로 2013년 7월 당시 국방장관이던 엘시시 주도의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1년6개월간 폭력 사태 등으로 2천600명이 숨졌다는 이집트 인권단체의 집계치가 지난달 31일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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