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연예계 등용문으로 떠오른 K-팝 경연대회
지난 대회 수상자 가수 데뷔…3회 대회도 열기 뜨거워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연예계에 진출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K-팝 경연대회에 나가라."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최근 통용되는 말이다. 이 나라에서는 2013년부터 K-팝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매년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 K-팝 페스티벌' 예선을 겸한 자리다. 우승자에게는 한국을 왕복할 수 있는 항공권과 2주 동안 체류하면서 숙박하고 여행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키르기스스탄에서 K-팝의 인기는 '대장금', '비밀의 화원', '아이리스' 등 TV 드라마가 지상파방송으로 소개되고부터다. 현지 영화제작자가 한국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을 소재로 한 영화 '구준표와 결혼하는 방법'을 선보인 것도 K-팝 열기로 이어졌다.
K-팝 경연대회 우승자들의 현지 연예계 입문은 인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제2회 대회에서 2등을 한 누루보롯은 가수 데뷔 후 연예계 샛별로 뜨고 있으며, 첫 대회 대상 수상자인 아셀 양과 2회 대회 우승자인 베가임 양은 연예계 입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립 필하모니극장에서 현지 한국대사관(대사 정병후)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키르기스스탄지회(회장 전상중)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3회 대회도 연예인 지망생들의 열띤 경연장이었고, 이를 확인하려는 관객이 몰려들어 열기가 뜨거웠다.
전 지회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1천200석 규모의 이 나라 최대 국립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것도 모자라 복도와 난간에까지 800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차 대성황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그는 "K-팝 경연대회 본선에 진출만 해도 키르기스스탄 연예계에서는 실력을 인정할 정도여서 갈수록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류 확산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행사는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한국 관광, 김치, 독도 홍보 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지난 대회 대상 수상자의 공연 장면을 담은 영상도 흘러나왔다.
이어 올해 3번째로 비슈케크 한국교육원을 통해 선발된 30여 명의 학생에게 '통일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수여했고, 한국전통무용단과 베가임 양이 무대에 올라 축하 공연을 펼쳤다.
전 지회장은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17개 팀의 화려한 경연은 관객을 사로잡았고, 현지 신문과 방송들도 취재에 열을 올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회 대회 대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마나스 터키대 1학년에 재학하는 블롬벡 그즈 아크무르(18) 양에게 돌아갔다. 그는 9월 전 세계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 동영상 심사를 통과하면 10월에 키르기스스탄 대표로 월드 K-팝 페스티벌에 출전한다.
민주평통 키르기스스탄지회는 K-팝 경연대회에 '남북통일 기원'이라는 주제를 묶었다.
전 지회장이 이날 남북한의 동질성을 예로 들면서 "분단된 한국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 달라. 키르기스스탄 국민이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성원해 달라"고 주문하자 관객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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