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러' 전 조지아 대통령이 우크라 주지사 된 이유는
사카슈빌리 오데사 주지사에 임명…우크라 대통령, 대러 투쟁 동반자 구한 듯
(모스크바·알마티=연합뉴스) 유철종 김현태 특파원 = 옛 소련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대통령을 지낸 미하일 사카슈빌리가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또다른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주지사를 맡았다.
타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사카슈빌리 전 조지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국적을 부여하고 그를 흑해에 면한 남부 오데사주(州) 주지사로 임명했다.
그는 오데사에서 새 주지사를 소개하며 "오데사에는 영토보존과 독립, 평화 등 많은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자 사카슈빌리를 주지사로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카슈빌리는 "포로셴코 및 그의 각료와 함께 새로운 우크라이나를 건설할 것"이라고 주지사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사카슈빌리는 주정부 요직에 신세대를 대거 등용하는 인사 개혁을 단행하고 예산 집행을 엄격하게 하는 한편 열악한 상황에 있는 도로 보수에 착수하겠다며 "오데사를 흑해 지역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지사직을 맡으면서 조지아 국적을 잃게됐다.
오데사주는 유럽화 노선을 걷는 포로셴코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親) 우크라이나 세력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러시아계 주민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다.
오데사주 주도 오데사에서는 지난해 5월 친서방 정부 지지자들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충돌해 분리주의자 최소 40여 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한 참사가 빚어진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사카슈빌리의 오데사 주지사 임명을 전략적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지만,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활동이 강한 오데사에 사카슈빌리를 보냄으로써 동부지역 분리주의 반군 및 이들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다.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분리주의 반군 활동이 인근 지역으로 전파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역할을 맡기기에 한때 '반러 친서방' 노선의 기수 역할을 했던 사카슈빌리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2013년 대선에서 반대파인 게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현 대통령에게 패배해 정권을 내준 사카슈빌리로서도 비록 다른 나라이긴 하지만 서방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카슈빌리는 지난 2004~2013년 조지아의 대통령을 지내며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밀어붙여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2008년엔 자국에서 독립하려는 남오세티야 공화국을 지원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반러 친서방 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로셴코 대통령의 '스승'인 셈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사카슈빌리를 개혁 추진을 위한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해 반러 투쟁의 동반자로 삼았다. 포로셴코와 사카슈빌리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타라스 셰프첸코 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동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노선에 반대해온 러시아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사카슈빌리까지 끌어들인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인사를 "오데사인들을 위한 만우절 행사"라고 깎아내렸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샤피토 쇼(러시아의 뮤지컬 코미디 영화)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불행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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