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파문 마케도니아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 민간인에 대한 도청의혹을 받는 마케도니아 정부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17일 수도 스코페 정부 청사 앞에서 열렸다.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총리의 사임과 내각 총사퇴, 총선거 등을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부 시위대들은 정부 청사 앞에서 총리가 사임할 때까지 노숙하면서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시위는 지난 2월 야당인 사회민주당 조란 조에프 당수가 '폭탄'이라고 부르는 도감청 파일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도·감청 파일은 그루에브스키 총리 재임 9년간 민간인과 언론인, 법조인 등 2만명의 전화 통화로 언론 통제, 법관 인사 및 재판 개입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루에브스키 총리는 전화 도청 파일의 진위를 밝히지 않은 채 다만 녹음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고 강조하며 파일이 날조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임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그루에브스키 총리는 또 반정부 시위에 맞서 18일 친정부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자칫 찬반 시위대끼리 충돌하면 마케도니아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반정부 시위에는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 주민들도 상당수 가세해 혼란양상이 더 꼬이고 있다.
마케도니아 경찰은 최근 알바니아계 일부 단체가 전국적인 테러를 벌이려는 계획을 적발, 모의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포함해 모두 1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알바니아계 주민은 이 사건으로 격앙돼 있어 일부에서는 2001년 발생한 주민 폭동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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