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로 들통난 농진청의 '제식구 감싸기식' 감사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대학 후배의 명의를 빌려 연구비를 빼돌린 농촌진흥청 연구관이 경찰에 적발됐다.
농진청 연구관인 A(45)씨는 2008년 5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국가농업유전자원' 관련 연구를 민간기업과 수행하면서 대학 후배인 B(41)씨의 이름을 연구보조원으로 올렸다.
이 사업은 농진청과 민간기업 간에 7년간 진행되는 것으로 총예산은 7억1천만원에 달했다.
서울 모대학 출신인 A씨는 자신이 고용할 수 있는 연구보조원 1명을 대학 후배인 B씨의 명의를 빌려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그러나 B씨는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A씨가 연구보조원의 몫까지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며 인건비를 챙긴 것이다.
A씨가 이렇게 챙긴 인건비만 2년 8개월간 5천700만원에 달했으며, 결국 사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농진청은 A씨가 저지른 비위를 2011년 12월 적발하고, 이후 1개월간 A씨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러나 농진청의 감사 결과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A씨가 빼돌린 인건비 총액이 1천40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농진청은 A씨를 정직 3개월에 처했고, 배상금으로 1천400만원의 두배인 2천800여만원을 물렸다.
이에 따라 A씨는 배상금을 물고도 3천만원 상당의 '이문'을 본 셈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법이 단순한 편이어서 통장 내역만 확인해도 인건비 총액을 밝혀내기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감사 결과를 보면 통장 내역을 확인한 정황은 없고 진술에 의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단계에서 통장 내역 등을 비교해 A씨로부터 5천700만원을 빼돌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당시 감사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소개해준 명목으로 1천400여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며 "우리로서는 금융내역을 확인할 만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A씨의 진술에 따라 금품수수 위반으로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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