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채권단, 주요 쟁점 타협…협상타결 '청신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07 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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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유로그룹 회의서 '유동성 지원' 결정 여부 주목

그리스-채권단, 주요 쟁점 타협…협상타결 '청신호'

11일 유로그룹 회의서 '유동성 지원' 결정 여부 주목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의 주요 쟁점에서 타협점을 찾아 이달 말까지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리스 ANA-MPA 통신 등은 7일(현지시간)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그동안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가치세, 민영화, 노동관계 등 4개 부문에서 일부 양보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따라서 오는 11일 예정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은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할지 주목된다.



◇시리자, '금지선' 일부 후퇴…"더 주고 덜 받아"

ANA-MPA 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협상에서 4대 쟁점에서 이견이 남아 있지만 합의점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긴축 반대를 공약해 지난 1월 집권한 시리자는 채권단이 요구한 연금 삭감과 부가세율 인상, 민영화 촉진 등에 반대하고 노동 관계법 개정으로 단체교섭을 부활하겠다고 밝혀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시리자는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천억원)를 받기 위해 지난 3월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에서 이런 입장을 반영했다.

채권단은 시리자에 전 정부가 약속한 긴축 정책을 지키라며 이런 개혁안에 합의를 거부해 4월 말로 예정된 분할금 지급 현상 시한을 넘겼다.

시리자는 재정부족이 심각해 오는 12일 IMF에 부채 7억6천700만 유로를 상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고조되자 최근 협상에서 금지선을 뒤로 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ANA-MPA 통신에 따르면 민영화 문제는 지역공항 14개와 피레우스항만공사(OLP)의 매각을 우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그리스 민영화 기구인 TAIPED는 다음 주 OLP 지분매각 입찰을 실시하되 민간에 팔 지분율을 종전 계획인 67% 대신 51%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세 인상 문제는 상품과 서비스에 따라 23%와 13%로 구분된 것을 단일 세율 체계로 개편해 16%로 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이날 '레 라인이 핑크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리자 정부가 더 주고 덜 받기로 타협했다고 보도했다.

프로토테마는 시리자가 폐지를 공약한 통합재산세도 유지하기로 했으며 민영화에서도 양보했다고 전했다.

특히 시리자의 핵심 공약인 연금과 노동 부문의 후퇴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연금과 노동 부문에서 타협점을 찾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연금 제도와 관련해 "공정하고 재정이 지속 가능할 수 있으며 노인의 빈곤을 방지하는 효과적이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이는 시리자가 '연금 삭감 반대'라는 입장에서 물러서 연말에 지급하는 보너스 성격의 연금을 줄이거나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채권단의 요구대로 65세로 높이는 등의 조치를 용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공동 성명은 또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단체교섭"을 도입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프로토테마는 시리자가 선거 공약인 단체교섭 부활을 얻어냈지만 종전보다 유연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로그룹 회의 결과에 따라 ECB의 유동성 지원 결정될 듯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4대 쟁점이 타협점을 찾아감에 따라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일 열리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분할금 72억 유로를 지원하는 결정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그리스와 유로존 관리들을 인용해 협상에 진전은 있지만 11일 회의에서 분할금 지급을 결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도 개혁안을 놓고 벌이는 협상의 타결 시점을 5월 말 또는 6월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인 EU 집행위와 ECB, IMF 역시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11일까지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밝혀 11일 회의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최종 합의를 위해 토대를 마련하는 성격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11일 회의에서 양측이 주요 타협점을 공식 확인한다면 ECB는 그리스가 요청한 유동성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있다.

이아니스 드라가사키스 그리스 부총리는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를 방문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재정증권(T-bill) 발행한도 증액 등을 요청했다.

그리스 언론들은 드라가사키스 부총리가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국채인 재정증권 매입한도를 현행 90억 유로에서 150억 유로로 늘리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리스는 ECB가 경기부양책으로 시행한 국채매입프로그램(SMP)에서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발생한 이익금 19억 유로의 지급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ECB가 그리스 국채 보유에 따른 이익을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했으나 ECB는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이익금을 보유하고 있다.

ECB는 당시 양측은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의 전개상황을 논의했다고만 밝혔으며 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CB는 전날 주례 회의에서도 그리스 중앙은행에 공급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769억 유로에서 789억 유로로 20억 유로 증액하는 결정만 내렸다.

카티메리니 등은 ECB가 전날 그리스의 ELA 지원을 제한할 수 있도록 담보가치를 낮추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드라기 총재가 11일 회의 결과를 보고 나서 결정하자고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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