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전형득 기자] "그럼 이젠, 과인이 잘해보는 걸 해볼까요."
지난 5일 밤 방송된 MBC TV 사극 '화정' 8회에서 화기도감(총포 제작 관청)을 찾은 광해군(차승원 분)이 화기를 시연하기 전 중신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8회 부제이기도 한 이 대사는 드라마가 자신에게 하는 다짐처럼 읽힌다.
50부작인 '화정'은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8회부터 두 번째 막이 올랐다.
방송 한 달째를 맞은 '화정'의 현재 성적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드라마는 일일이 그 이름을 열거하기도 어려운 화려한 캐스팅 덕분에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꼽혔었다.
그러나 현재는 9%대까지 내려앉은 시청률에 온라인 반응도 미지근한 평작에 머무르면서 남은 5개월 순항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정' 1~7회는 선조(박영규)가 갑자기 승하하면서 서자인 광해군이 온갖 난관 끝에 즉위하고, 적통 왕손인 영창 대군과 정명 공주가 파국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7회까지 진행된 1막의 부진 이유로 그동안 정통 사극보다는 변주에 능했던 MBC가 장기를 발휘하는 대신 '어정쩡한'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많이들 나온다.
MBC는 그동안 퓨전, 판타지, 팩션 사극 등 사극의 옷을 빌려 입었지만 현대극에 가까운 작품들로 호응을 얻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로맨스가 주요한 뼈대였다.
KBS 1TV 정통 사극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러나 '화정'은 가상의 대부호인 강주선(조성하) 부자를 제외하고는 KBS 1TV 정통 사극에서 다룰 법한 실존 인물들을 두루 내세웠다.
내용도 정치드라마인 데다, 광해군을 비롯해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숱하게 소비됐고 대중이 웬만한 기본 정보를 아는 인물들로 들어차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폭이 자연스레 줄어든 것이다.
드라마는 왕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강주선의 발호, 일본 유황광산 노예가 된 정명 공주(이연희)의 고난 등을 새롭게 첨가했지만, 이야기 흡입력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화정'을 두고 한쪽에서는 역사 왜곡이 과하다는 지적이,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무겁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그와 더불어 아역 배우들이 그다지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극보다 지나치게 아역 연기 비중이 높았던 점도 부진의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시청률만 따지고 보자면 가장 큰 축인 여성 시청자들이 눈물과 어둠으로 얼룩진 '화정' 대신 유쾌한 블랙 코미디 SBS TV '풍문으로 들었소'에 몰렸다는 진단도 있다.
제작진은 진짜 이야기는 이연희와 서강준, 한주완, 김재원 등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8회 2막부터 시작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황 광산에서 살아남은 정명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온 첫사랑 홍주원(서강준)을 다시 만나고, 애틋한 사랑을 이어가면서부터 드라마 재미가 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8회 시청률은 7회보다 0.9%P 상승했고 특히 정명과 주원이 재회하는 장면의 실시간 시청률은 다른 장면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눈물을 흘리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주로 두드러졌던 광해군이 2막부터 노련한 군주로 변모하는 모습도 제작사가 전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제작사 측은 "재회한 정명과 주원의 관계 변화가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면서 "광해를 향해 복수를 불태우는 정명과 광해의 남자가 된 주원의 엇갈린 만남이 때로는 가슴 아프면서도 설레게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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