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년 우크라상공 격추위험 인지…항공사에 전파 안해"
독일 언론 합동취재 보도 "루프트한자 항공기 사고당일 3차례 운항"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정부는 작년 7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상공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보잉 777) 여객기 격추 사건 이전에 이런 격추 개연성을 인지하고도 항공사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독일 공영 방송 WDR과 NDR,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루프트한자 항공기는 사건 당일 3차례나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을 운항하고, 이 가운데 한 편은 MH17편 격추 20분전까지 이 지역을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들 3개 언론사 합동취재팀이 전했다.
독일 공영 라디오 도이체벨레는 27일 영문 인터넷판 기사에서 독일 해외공관의 비밀 외교전문을 소스로 활용한 이들 언론사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소개했다.
MH17편 격추 이틀 전(7월 15일) 본국에 보고된 외교전문은 우크라이나 상공의 안전 상황이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 대단히 걱정스러운 지경이라고 적고 있다. 전문은 7월 14일 우크라이나군 수송기가 6천m 넘는 상공에서 비행중 격추된 사실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앞서 지난 6일 네덜란드 언론은 우크라이나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 역시 당시 외교전문을 통해 이 수송기가 러시아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추정하며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도이체벨레는 독일 정보당국이 특정 인사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코드 'VS'로 분류해 우크라이나 상공 비행의 위험성을 담은 정보를 수차례 정부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H17편이 격추되기 전까지, 이런 위험을 경고하는 정보가 항공사들에는 공유되지 않아 루프트한자의 경우 MH17편 격추 당일에만 3차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을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다른 독일 항공사들은 정보 공유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적으로 이 지역 비행을 삼간 것으로 확인됐다.
3사 합동취재팀은 루프트한자 항공기가 격추되지 않은 것은 우연이라고까지 지적하며 당시의 위험을 전했다.
하지만 독일 교통부는 MH17편 격추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의 여객기 비행에 관한 안전 악화 가능성와 관련해 정부가 가진 정보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은 작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중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네덜란드 사고 조사위원회는 작년 9월 예비 조사보고서를 통해 외부에서 날아온 고(高)에너지 물체(지대공미사일)에 격추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친러 동부 분리주의 반군이 미사일로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반군은 여객기가 비행하던 고도에 도달할 만한 방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우크라이나군 소행설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 직전 우크라이나 공군 공격기 수호이(Su)-25 1대가 사고 여객기 근처로 접근했었다며 반군의 우크라이나군 소행설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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