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자사주 매입, 올해 영업이익의 100% 초과 전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27 16: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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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블랙록 "종자씨앗까지 털어먹는 수준…미래 성장성 갉아먹어"

美기업 자사주 매입, 올해 영업이익의 100% 초과 전망

FT·블랙록 "종자씨앗까지 털어먹는 수준…미래 성장성 갉아먹어"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 조치가 도를 지나쳐서 '미래의 종자씨앗까지 털어먹는 수준'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올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어 현 추세대로면 올 한해 기업 영업이익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작년에 5천500억 달러나 됐고 이 중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소속 기업들의 경우 영업이익의 평균 95%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사용했다.

올해 들어서도 자사주 매입은 지난 2월 1천40억 달러로 증가세를 거듭해 연말까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이 신문은 예상했다.

기업 이익에 대한 자사주 매입 금액의 비율은 지난 30여년 간 상승 추세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기업이 미래 성장에 투자하기 위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나, 실제로는 자금이 증시로 유출되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에드워드 루스 FT 칼럼니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증시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850억 달러에 그쳐 자사주 매입 규모의 약 15%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은 오늘날 미국 증시 강세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 됐다고 루스 칼럼니스트는 설명했다.

달러 강세 등으로 기업 이익률이 하락하고 좋은 투자 기회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면서 이제 실적, 즉 주당순이익(EPS)을 늘리기 위해 남은 길은 주식수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이 커지는 것은 우선 주주권리 제고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영향이 크다.

게다가 최고경영자(CEO) 보수의 약 90%가 스톡옵션 등 주가와 연계돼 있어 경영진이 자신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주가 부양에 매달리기도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련 규정도 느슨하다 보니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시기에 맞춰 경영진 보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CEO들이 이런 식으로 한 몫 챙기는데 따른 그 비용은 사회가 감당하고 있다고 루스 칼럼니스트는 평가했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 신봉자들은 'MSV'(주주 가치 극대화·Maximising Shareholder Value)를 좌우명으로 떠받들고 있지만, 실상 MSV는 '사회 가치 최소화'(Minimizing Social Value)의 약자로 봐야 한다고 그는 비꼬았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이 도를 넘는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월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S&P 500지수 소속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재계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종자 씨앗까지 먹어치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기적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 숙련된 노동력, 설비투자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주주환원에만 매달리는 단기주의적 경영자들이 늘어날수록 그 비용은 미래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기업 경영자들이 주의 의무와 충성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그 회사 주식을 가진 모든 트레이더가 아니라 회사와 장기적 소유주들이라고 강조했다.

루스 칼럼니스트도 "미국 기업 최고경영진은 주가의 노예"라며 이들의 자사주 매입이 "미래를 약탈하는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경영진은 즉각적인 이득보다 장기적 투자와 성장을 우선에 둬야 한다"며 핑크 회장과 같은 경고의 목소리에 "경영진이 귀를 기울이면 미국 경제의 앞날은 한층 밝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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