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할코프 감독, 서방 패스트푸드 체인에 도전장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10 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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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딤 도마!' 프로젝트 타당성 검토 중

러시아 미할코프 감독, 서방 패스트푸드 체인에 도전장

정부, '예딤 도마!' 프로젝트 타당성 검토 중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전 세계에 3만5천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는 지난해 큰 곤욕을 치렀다. 그해 7월 맥도날드의 중국 육류 공급업체인 상하이푸시(上海福喜)가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를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맥도날드는 중국 내 매장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메뉴를 없애는 고육지책을 써야만 했고 이 파동은 일본과 러시아 등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갈등을 겪던 러시아는 지난해 8월 급기야 맥도날드의 모스크바 지점 4곳에 대해 한시적인 폐쇄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이 밝힌 이유는 "여러 위생 규정 위반 사실들이 적발됐다"는 것이다.

당시 폐쇄된 매장 중에는 푸시킨 광장 인근 시내 중심가 '볼샤야 브론나야' 거리에 있는 러시아 최초의 맥도날드 지점도 포함됐다. 이 지점은 소련 붕괴 전해인 1990년 문을 열어 큰 인기를 얻었고 이곳에서 햄버거를 사려고 줄을 선 시민의 모습은 소련 개방의 상징 중 하나로 전 세계에 타전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현재 러시아 전역에 430여 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맥도날드 유럽 전체 영업이익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며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주요 7개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모스크바 4개 지점 폐쇄 명령 이후 전국적으로 맥도날드 다른 지점들에 대한 점검이 한동안 계속됐다. 그와 동시에 패스트푸드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확산했다.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가 당시(지난해 8월14일자) 시민들을 상대로 패스트푸드 찬반 의사를 물은 기사는 새삼 흥미롭다.

매니저라고 밝힌 알렉세이(31)는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를 너무 좋아한다. 나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내 5살 난 아이는 이 유해한 음식을 너무 사랑한다. 게다가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아이용 특별메뉴에 장난감까지 넣는 등 이 점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습관은 어린 시절 형성되기 때문에 (체인점) 폐쇄를 포함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원인 일리야(44)의 주장은 다르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가면 성분이 무엇인지, 열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보라도 있지만 일반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수프나 샐러드의 열량이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함유량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면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폐쇄한다면 일반 음식점에 대해서는 왜 그러지 않나?"고 반문했다.

의견을 더 들어보자. 연금수령자(퇴직자)인 세르게이(63)는 패스트푸드 반대론을 편다. "내 어릴 때는 패스트푸드라는 게 아예 없었다. 이 때문에 뚱보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옆구리 살과 뱃살은 이미 보통이 됐다"면서 "최근 7년간 러시아인의 체중이 평균 2kg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햄버거와 반가공식품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수라도 써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감독인 미하일(39)의 생각은 다르다. "돼지고기나 살로(지방·비계)는 왜 금지하지 않나? 이것들 역시 유해한 것 아닌가? 토르타(과자)와 피로그(러시아 만두)는 어떤가? 버터와 마카로니는 영원히 잊어야 하는 게 아닌가?"고 되묻고 "체중을 늘려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바른 식습관을 설명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이런 논란이 있은 지 반년이 훨씬 지난 현재 러시아에서 서방의 패스트푸드에 도전장을 낸 인물이 등장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영화감독들인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와 니키타 미할코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9일 이 두 감독이 러시아식 패스트푸드 체인 계획을 위해 정부에 9억7천180만루블(약 205억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예딤 도마!(집에서 먹자!)라는 이름의 식당체인을 구축해 이를 일반 음식 체인점화하자는 구상으로, 지역별로 음식을 공급하는 공장을 만들어 이곳에서 음식을 만든 뒤 각 체인점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메뉴의 30~40%는 반드시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다. 체인의 얼굴(사장)역할도 이미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부인인 방송인 율리야 브이소츠카야에게 제안된 상태라고 한다. 두 감독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식품)수입을 (국산으로) 대체하고 서방의 패스트푸드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가 담당해 조만간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예딤 도마!'가 러시아산 패스트푸드 체인 제1호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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