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가스 문제 우크라 압박 수단으로 이용 안 해"
계약서 위반 벌금도 면제…경제위기 우크라에 양보 조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가스공급 문제를 갈등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 알렉세이 밀레르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문제를 협의하면서 "지금까지도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경제와 관련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로 경제적 관계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를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다른 이웃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공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정상적 비즈니스 관계를 지속하려는 러시아의 의지에 확신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장기 가스공급 계약서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한 대가로 물어야 하는 벌금을 면제해주자는 밀레르 사장의 제안에 동의했다.
밀레르 사장은 우크라이나 측이 계약서 상의 '가져가든지 돈을 내든지'(take or pay) 조건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해 앞으로 3개월 동안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푸틴은 "동의한다.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해야 하고 모든 파트너들을 도와 가스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take or pay' 조건은 가스 수입자가 계약서 상에 명시된 일정량의 가스를 무조건 구매하기로 합의하고 실제 수입량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수입분에 대해 벌금을 물기로 하는 약정이다.
경제 상황 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 가스 수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과 중국 등과의 장기 가스 장기 공급 계약에 이 조건을 약정으로 포함시켜왔다.
러시아는 당초 지난 3월 말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시적 할인가 공급 합의 시한이 종료되면서 가스가격을 시세에 맞춰 인상하고 일시 중단했던 'take or pay' 조건을 부활시키려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심각한 경제난을 이유로 공급가 할인과 'take or pay' 조건 중지 혜택을 연장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해 이를 수용키로 했다.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경제가 붕괴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가 어차피 계약서 상의 의무 조건들을 이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양보 조치다. 계약 이행을 요구해봐야 실리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가스프롬은 앞서 이달 1일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와 2분기 가스 공급 협정을 체결하면서 1천 큐빅미터(㎥)당 248달러의 할인가를 제공했다. 시세에서 1천㎥당 약 100달러를 할인해 준 가격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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