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려 속 연금 목돈 일시 수령 길 열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06 22: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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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연금법 시행…소비 '펑펑'·부동산 투기 집값 상승 우려

영국 우려 속 연금 목돈 일시 수령 길 열려

개정연금법 시행…소비 '펑펑'·부동산 투기 집값 상승 우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불안감 속에서 국민연금을 목돈으로 일시에 찾을 수 있는 조치가 시행됐다.

55세 이상이면 연금을 목돈으로 일시에 찾을 수 있도록 한 개정 연금법이 6일(현지시간) 발효됐다.

이전까지는 은퇴자가 확정기여(DC)형 연금을 일시금으로 가져가면 55%에 달하는 고율의 세금을 매김으로써 은퇴시점에 보험사 등 연금사업자가 내놓은 분할지급 연금상품(annuity)에 가입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

그러나 개정법은 세율을 일반적 소득세율인 20%, 40%, 45% 등으로 낮춰 목돈을 일시에 받는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에만 40만명이 120억파운드의 분할지급 연금상품에 가입했다.

연금 수급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1년 전 개정안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노후대비 안전판을 제거할 것이라는 등 우려와 걱정이 쏟아졌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제도 개정에 대해 "사람들이 연금저축에 재량권을 갖기를 원하고, (죽을 때) 쓰고 남은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인 노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수십년만의 금융 변동'을 서둘러 끄집어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우려의 목소리 핵심은 은퇴자들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전국에서 처음으로 연금 인출을 신청한 퇴직 공인회계사 마이클 건(57)씨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연금을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 연금을 찾아 화재가 난 마을 교회에 기부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중에 교회 기부하는 것 말고도 부인과 함께 퀸 마리 2호를 타고 대서양 크루즈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는 아직 연금에서 얼마를 찾을지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소득세가 얼마나 나올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당국의 설명에도 소득수준이나 인출 금액 등에 따라 개인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다면서 대체로 추가 세금을 뜻하는 이른바 '비상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분할지급 연금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사업자인 스코티시 위도우즈(Scotish Widows) 관계자는 자사 고객 중 약 20%가 대상이라며 전화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공휴일인 이날 지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0만명이 연금을 목돈으로 찾아갈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스티브 웹 노동·연금장관은 이날 B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감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연금을 목돈으로 수령할 사람들은 수십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가디언은 목돈을 받아서 소비를 갑자기 늘리거나 집을 구입해 월세를 놓으려는 수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오른 집값을 더욱 밀어올릴 것이라는 걱정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행업계가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여행산업협회가 55~57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가 목돈을 찾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이중 35%는 여행비로 쓰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설계회사 틸니의 데이비드 스미스는 "일하는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온 사람들이 퇴직시점에 무모한 쾌락주의자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가 기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목돈 인출이 허용되자 이들의 돈을 가로채려는 사기꾼과 신용사기범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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