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이 동부 러' 편입 제안" 푸틴 발언 파문(종합)
크렘린은 비공개 면담 발언 이유로 'NCND'…우크라는 '왜곡' 주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자국 동부 지역을 가져가라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러시아어 인터넷판은 6일(현지시간)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19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지도부와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지난 2월 중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렸던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자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포로셴코 대통령이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편입시키라고 말했었다고 공개했다.
푸틴은 "포로센코 대통령이 '돈바스를 가져라'고 해 '정신이 나갔나. 나는 돈바스가 필요없다. 당신한테도 필요 없다면 독립을 인정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포로셴코가 독립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해 그렇다면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연금과 보조금 지급을 재개하고 동결한 은행 시스템을 복원시키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견해차가 너무 커 우크라이나 휴전협정이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도 몇 년 안에 풀릴 가능성이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크렘린 공보실은 비공개 면담이었음을 이유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이후 포브스 보도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고 "비공개 면담 내용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면서 "면담 참석자 가운데 누군가가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좋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포브스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예브게니 페레비이니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돈바스에서 떠나라'는 말이 '돈바스를 가져가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푸틴의 발언을 비꼬아 반박했다.
러시아어에서 '우비라이테시'는 '떠나라'(꺼지라)는 의미를, '자비라이테시'는 '가져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 푸틴이 '우바라이테시'라는 말을 '자비라이테시'로 왜곡했다는 조롱 섞인 반박이었다.
전문가들도 보도 내용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포로셴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국내 지지도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작다면서 사실이 아니거나 농담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푸틴과 포로셴코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개국 정상은 지난 2월 11~12일 민스크에서 약 16시간의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정부군과 반군이 즉각 휴전하고 중화기를 철수시키며 동부 지역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허용하는 등의 평화 협정에 합의했다.
이후 정부군과 반군은 대부분 지역에서 교전을 중단하고 중화기도 거의 철수시켰으나 일부 지역에선 산발적 교전을 계속하고 있다.
동부 지역의 자치권 허용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특수지위법 입법, 자치 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 일정, 국제 평화 유지군 파견 문제 등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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