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 살아나도 '실업난' 해소 힘들 듯
ECB, 2017년말 실업률 9.9% 전망…일자리 창출 능력 훼손돼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10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실업 문제는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9월까지 월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진행해 경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데 성과를 내더라도 구조적 실업은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유로존 경제 성장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을 피력했다.
그는 "대출 여건들이 완화되고 있고 동시에 기업의 투자 목적 대출 수요도 되살아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 성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수년간 계속돼온 경기 침체와 정체 때문에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경기가 본격 회복할 때 혜택을 입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지적했다.
유로존 실업률이 지난 1월 현재 11.2%인 가운데 기업들이 고용을 크게 늘릴 만큼 경기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가들은 거의 없다.
ECB 자체도 총 1조1천억 유로의 양적완화가 끝나는 내년 9월 이후에도 실업률이 여전히 두자릿수 근처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대로 양적완화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를 준비하는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2월 5.5%까지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015~2017년 실업률이 4.9~5.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ECB가 최근 내놓은 전망치는 2017년 말 유로존 실업률을 9.9%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015년 1.5%, 2016년 1.9%, 2017년 2.1% 등이다.
경제성장률이 이전의 패턴에 복귀하더라도 구조적 실업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런던 소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조너선 포츠소장은 "유로존 정책당국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높고 위험한 실업률을 계속 참고 있다는 게 지극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적 실업'에는 수많은 요인이 깔린 탓에 실업률 수치를 예측하기가 매우 까다롭긴 하지만 ECB의 전망은 매우 암울하다.
많은 분석가들이 경기회복이 이뤄지더라도 실업률은 7.2% 이하였던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6년에 걸친 유로존 위기가 경기가 회복할 때에도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취업 기반을 손상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루크레치아 라이히린 교수는 "유럽은 지속된 고실업률 때문에 노동시장의 탈숙련화를 보여왔다"면서 "유로존 경기 회복을 믿지만, 완만한 회복세일 테고 이는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을 복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로존 위기는 국가 간 빈부 격차를 키우고 있다.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을 보면 독일은 7.1%다. 반면 스페인과 그리스는 50%를 웃돌고, 이탈리아도 4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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